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56 가을의 길목 - 방아깨비와 때때

이득수 승인 2021.09.09 13:11 | 최종 수정 2021.09.13 16:59 의견 0
방아깨비
방아깨비

여러분, 혹시 디딜방아를 보셨는지요. 우리 어릴 적만 해도 고춧가루를 비롯해 소소한 곡식을 빻아 가루를 내는 일은 주로 디딜방아를 사용했는데 농촌에서 꽤 부잣집이라야 별도의 방앗간이 있었지요.

디딜방아는 줄기가 지게나 새총가지처럼 Y자 형태로 갈라진 굵은 나무를 베어 머리분에 구멍을 뚫어 방아공이를 달고 가운데 배꼽쯤 되는 자리에 시이소오 같은 굴대를 만들어 세우고 바닥에 돌로 만든 확(確)을 묻어 그 확 속에 곡식을 넣고 갈라진 다리에 두 사람이 각각 한 쪽을 밟고 장단을 맞추어 방앗공이를 위아래로 움직여 곡식을 빻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쓰는 확실(確實)하다는 말은 확 속에 빻아놓은 알곡식처럼 틀림이 없다는 말이 되겠지요.

지루하게 디딜방아를 설명한 이유는 영판 디딜방아처럼 생긴 방아깨비를 설명하기 위해서 입니다. 몸길이가 5-6cm가 넘고 그 몸길이만큼 긴 뒷다리가 마치 방아를 찧듯이 접고 펴기를 할 수 있고 안테나처럼 긴 더듬이를 가진 이 방아깨비는 이 땅에서 가장 날렵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풀벌레일 것입니다. 또 가을철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방아깨비를 구우면 시골 아이들의 최고급 간식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색다른 매력은 사람이 잡으려 하거나 위험이 닥치면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푸르르 날아오르는데 닫혔던 날개 속에서 엄청 화려한 무지개가 창공에 펼쳐지는 것이었지요.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다급한 상황에서도 등에 빼빼마른 때때를 한 마리 업고 날아가는데 어릴 적의 우리는 그게 방아깨비의 새끼로 알았는데 나이 들어 알고 보니 그게 바로 방아깨비의 남편이었답니다. ㅎㅎㅎ.

<시인, 소설가 /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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