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68 가을의 노래 - 가을 상사화, 꽃무릇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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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7 15:54 | 최종 수정 2021.09.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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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세 번이나 애틋한 그리움의 꽃 상사화를 소개했는데 추석이 지난 가을날에 다시 가을 상사화 꽃무릇이 피었습니다.
왕성한 생육의 계절 여름의 상사화가 불타는 열정이라면 조락의 계절 가을 상사화는 더 한층 붉게 타오르는 그리움 일색입니다.
그게 연모(戀慕)인지 단순한 그리움인지는 모르지만 얼마나 애틋하고 질긴 마음인지 이파리 하나 없이 붉디붉은 꽃송이들이 줄을 서 귀를 세워 저 멀리 풀밭 끝까지 아득히, 아득히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대저 그립다는 것, 누굴 맘에 두고 누굴 못 잊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날마다 무엇인가 먹어야 하니 겨루고 다투고 때로 원망하고 미워해야 하는 그 살벌한 인간의 삶에, 저렇게 애틋한 마음 한 줄기를 피워 풍선처럼 띄우는 것은 소금이 세상을 썩지 않게 하듯이 그리움이 세상을 흉포하지 않게 하는 조물주의 장치인지 상사화, 참으로 아름답고 애련한 그 무엇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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