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72 가을의 노래 - 마지막 단감 하나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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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2 17:52 | 최종 수정 2021.10.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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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네 개의 열매가 연 것이 대견해 아침마다 조심조심 쳐다보고 만져보던 단감이 첫 번째 태풍 <링링>에 세 개가 떨어지고 단 하나 남은 <마지막 단감>마저 14호 태풍 <타파>에 맥없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산골에 들어온 지 5년째 이제 농약을 치지 않고는 사과, 배, 복숭아, 자두, 단감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과일 몇 개 먹자고 개화기에 농약을 칠 생각은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앵두, 무화과, 대추, 머루, 모과 등은 굳이 약을 안 쳐도 병충해를 견대내고 얼마간의 열매를 맺어 주는 점입니다.
해마다 꽃에 속고 열매에 속다보니 어느 새 실패와 단념에 익숙해진 우리 내외는 다시 내년을 기약하기로 하고 털털 털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단감열매가 없어도 가을은 무르익을 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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