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89 가을의 노래 - 으악새 슬피우는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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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 23:39 | 최종 수정 2021.10.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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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 가에 핀 저 아름다운 자줏빛 꽃은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억새꽃입니다.
억새꽃이라면 보통 못둑이나 산능선에 가득히 핀 하얀 꽃솜이 피어나 한겨울 바람에 시달리는 그런 스산한 모습을 연상하겠지만 그건 사람으로 치면 다 늙은 노파의 이미지만 기억하는 것이고 실제로 억새의 청춘 또는 전성시절은 저렇게 발그레한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 초가을의 모습이지요. 마치 열아홉 처녀처럼...
<짝사랑>이란 대중가요에 나오는 <으악새>가 억새냐, 새 이름이냐를 놓고 반세기가 더 지나도 결론이 안 나는 그 꽃이 만약 억새꽃이라면 뭔가 잘못 된 것입니다. 가을의 억새꽃은 절대로 슬피 울 정도로 늙거나 회한(悔恨)에 젖은 꽃이 아니라 어떤 거리낌도 없이 종일 재잘대는 참새나 소녀, 아니면 남도를 대표하는 시인 김영랑의 시에 나오는 <새악시 볼에 떠오르는 부끄럼 같은> 그냥 아름답고 밝은 꽃입니다.
그리고 아래의 사진을 좀 보세요. 마치 아주 고풍스러운 고급 마직제품처럼 그 고상하고 우아함이 여간이 아닙니다. 오늘은 모든 선입관을 깨고 그냥 아름다운 억새꽃을 감상해보세요.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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