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91 가을의 노래 - 갈가마귀, 너무 일찍 왔나?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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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4 17:27 | 최종 수정 2021.11.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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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울산태화강 십리대밭의 갈가마귀떼가 상북면 이불뜰과 바들뜰, 고래뜰을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만 갈 곳이 없어 종일 전깃줄에 앉아 졸고만 있습니다. 원래 갈가마귀가 나타나는 11월에는 스산한 가을바람에 오소소 떨며 이미 수확이 끝난 볏논에서 차디찬 서릿발을 뒤지며 낙곡(落穀)을 찾아먹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올해는 장마와 태풍이 늦어져 아직 들판에 벼가 절반이나 서 있고 한창 벼를 베고 짚동을 마는 콤바인과 트랙터가 윙윙거려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입니다.
반만년 농경민족인 우리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시절(氣候)가 고르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고 했는데 여의도의 그 철없는 양복장이들이 정신을 좀 차려야 날씨가 좋아질지...
아무튼 사진속의 들판과 하늘과 구름은 너무나 평화롭고 종일 조는 갈가마귀를 찍기가 쉬워 저도 좋지만 그러나 이건 아닙니다. 만추(晩秋)는 만추답게 서릿발이 날리고 찬바람이 불어야지요. 어서 정치가 바로서야 할 텐데 말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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