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미국편)
지은이 : 최병일
서평자 : 이성현(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중국칭화대학 박사)[sunnybbsfs@gmail.com]
“미중 무역전쟁이 어떤 경로로 진행될지,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갈지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두 가지는 예측 가능하다. 첫째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
이다. 둘째, 미중이 타협하더라도 그것은 휴전일 뿐 종전이 아니다.”(150p.)
미중이 타협하더라도 그것은 휴전일 뿐 종전은 아니다
이 책은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미중 무역전쟁 양상은 경제적이지만 본질은 정치적이다”라고 진단한다. 무역전쟁이 알고 보니 무역전쟁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반인의 생각에 무역전쟁은 경제 문제인데, 경제학자인 저자가 경제학 현미경으로 ‘친자소송 DNA검사’를 해보았더니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라는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비슷한 말을 6월말 본인이 중국 광둥성에 있는 화웨이 본사를 방문했을 때도 들었다. 화웨이의 제임스 펑(James Peng) 부사장은 “미국정부가 화웨이를 공격하는 것은 정치 문제”라고 주장했다. 펑 부사장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때문에 2년 정도 매출이 어렵겠지만 그 후 다시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전을 이미 준비해 두었다”고 한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 역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니라 미래를 둘러싼 패권 경쟁의 성격이라는 것을 한국사회가 뒤늦게 깨닫고 있는 시점에서, 몇 개월 전에 이를 진단하고 규정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주목을 받는다. 미국은 중국을 WTO에 가입하게 도와주었고 중국 경제는 그 후 마치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처럼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은 이제 와서 중국에게 그 고속도로의 진입을 허용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고속도로에 더 많은 경찰과 순찰차를 투입하는 것으로 중국의 난폭 주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처럼 이 책은 핵심을 콕 집으면서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재치 있는 묘사들이 눈에 띈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또한 본인의 장점을 살려 왜 지금 미국을 위시한 세계 도처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지, 그것이 왜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또한 경제학 전공자의 장점을 살려 WTO와 그것의 모체인 GATT,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규제하는 데 한계를 갖는지 이 책은 적절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국제 통상 질서는 결국 ‘미국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중국 편에 설 것인가’로 양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설득력이 있다. 왜냐하면 미중관계의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과 기존의 관계를 그대로 이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미국 내에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미래에 미중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기 전까지 세계가 미국과 중국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양극화’(bipolarity) 시대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국력이 중국보다 우세한 상황에서, 그것은 동등한 두 개의 수퍼파워의 양립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미국이 우세한 형국의 ‘비대칭 양극화’(asymmetric bipolarity) 세계가 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이 책이 지적한 것처럼 “변화하는 미중관계에 한국이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일 것이다. 본인 역시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중관계 악화로 한국은 입지가 가장 어려운 국가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의 ‘세력 전이’ 과정에서 취약했다. ‘미·중 사이 한국의 선택’ 문제는 향후 한국사회에서 가장 분열적 담론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중국 또한 장기전을 준비한다는 것은 일반 예측과 달리 중국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전쟁 초기 많은 전문가가 중국의 조기 항복을 예상했다. 이는 중국이 가진 ‘야망의 크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트럼프의 미국을 여전히 기울고 있는 패권국으로 보고, 현재를 미국 추월의 ‘전략적 기회의 시기’(戰略機遇期)로 본다. 지금 세계가 ‘100년만의 대변혁기’(百年未有之大變局)에 있다는 시진핑의 말에는 ‘국운 상승’의 기회를 확실히 중국 쪽으로 추동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무역전쟁에서 단기적으로 밀리겠지만, 장기적으로 ‘시간은 우리 편’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한국에게 중국은 언제까지 기회의 땅일까?”(263p.) 라는 이 책의 질문에 한국사회는 조금 더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최근 터진 화웨이 문제도 그렇고,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나서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경제 전공이 아닌 독자들도 염두에 두고 평이하게 쓰여졌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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