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구절초를 바라보며 - leeum 김종숙

Leeum 승인 2021.10.29 09:32 | 최종 수정 2021.10.30 11:25 의견 0

구절초를 바라보며
                              김종숙

 

꺾어드리고 싶은 꽃이 참 많았어요

이른봄 청매화 
진달래  달개비  쑥부쟁이 목화...

그래도 
그날만은 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허연 꽃 안고 
절룩이며 배웅하는 날

당신 다녀가신 뒤 성당 울타리에  
질주하는 말처럼 장미가 우르르 피더니 
엊그제 갔더니 
아이들이 사탕 쥐고 도망치듯 
연분홍 구절초가 피기 시작했어요

하긴 늦가을에도 피는 꽃이니까

꽃들은
봄날에 꽃을 피워주고도
밤새 꽃잎마다 이슬 달고 
온몸으로 울다가 
안고 있던 씨앗을  쏟아낸다고 하셨지요

벌 나비 떠난 지 오래되었나 봐
꽃잎 바스락이며 뒤집어진 걸 보니

오늘 밤 서릿발 내리겠네

芝室 김종숙

◇Leeum 김종숙 시인은

▷2021 한양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기획공연- 다솜우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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