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초겨울 안부 - Leeum 김종숙
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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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20:55 | 최종 수정 2021.11.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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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안부
leeum 김종숙
빨갛게 언 참새 발자국이
별처럼 천장 위를 수놓았어
서릿발 내린 정류장 밖
긴 의자 끝에 앉아있는 나는
승객도 없는 버스가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서너 차례
빈차로 왔다 가는 꿈을 꾸었지
실시간 역주행 하는 미친 그리움...
봄날의 기억이 다녀갔어
채반만 한 해가 한 뼘이나 작아졌고
낮도 짧아졌어
밤새 문틈으로
바람이 숨어 들어와
윗목에 놓아두었던
주전자 물이 꽁꽁 얼었고
다림질한 다리미로 배 위에 온기를
갖다 대고 있었다는 한겨울 언니 이야기
겹겹이 산그늘 아래 긴 그림자 따라서
꽁꽁 언 땅을 밟고 학교 오고 가는 길
추웠던 겨울이 싫다던
그 기억이 다시 따라올까 봐,
가을이 서둘러 갈까 봐
그럼 금세 겨울이잖아
어쩌지
오늘 아침 겨울을 보았어
어젯밤 비로 붉은 잎이 떨어졌어
배롱나무 끝에 출렁이던 그 나뭇잎이...
◇Leeum 김종숙 시인은
▷2021 한양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기획공연- 다솜우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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