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그 섬에 너를 두고 왔네 - 김종숙
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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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3 10:34 | 최종 수정 2022.03.0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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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너를 두고 왔네
김종숙
겹겹이 포장된 시집을 들고
분침과 초침이 사이좋게 걷는 시간
기적처럼 신비로운 오름길에 혼자 서있다
불규칙하게 헐덕이는 파도 소리
가쁘게 울컥 토해낸 바다
바람에 서걱거리는 풀 벌레 소리로 가득하다
저 파도 누군가에게는 설렘으로 한나절 듣다 갈 것이고
또 아픔으로 다녀갔을 가슴 검게 그을린 이를 생각한다
그들도 먼 옛날 아이 손잡고 새소리 물소리 들었을 것이다
조천에서 조천으로 전화를 걸었다
시인의 집에 부끄러움이 담긴 느낌표와
시처럼 살다가 가라한 마침표가 시인과 조우했다
누군가 시집 한 권으로 수다스러울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시작노트>
휴가 중 시집을 데리고 함께 떠났다
돌아오는 발걸음 바쁘고 마음은 느슨한 척
시제 '새로움'에 대한 여러 장의 스크린이 스쳐 지나간다
귀를 간지럽히는 풀벌레 소리 담은 바람이 부는 날이다
바닷물에 유유히 떠노는 시인이 집 앞마당에 물오리를 보며
함께 간 고운 벗이 그를 읽었다
조천에서 새터를 잡고 사는 시인의 집에 겹겹이 쌓인 그리움을 흘려놓고 왔다
셋째 날 막 밤에 사흘간 묵은 101 길 시인의 마을 주인의 뜰에서 동인지 여백과 강인호시집 그리고 그리다, 이현수시집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를 읽으며 나르고 가지고 간 시집을 슬그머니 건네주었다
솜사탕 같은 떨림을 가진 시집은 섬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새로움의 번짐의 물기를 묻혀갈 것이다!
그 섬에 너를 두고 왔네
◇Leeum 김종숙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
▷서울시인협회 주관 '윤동주 신인상' 수상(2022)
▷『문예 마을』시 등단(2020)
▷『시야 시야 동인』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강동 문인협회』 회원
▷동인지 《여백ㆍ01》 《여백ㆍ02》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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