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감추고 싶은 그리움 - 김종숙 

Leeum 승인 2022.02.13 10:18 | 최종 수정 2022.02.15 11:56 의견 0

감추고 싶은 그리움
                                    김종숙

 

 

저 산 너머에는
은빛 여울진 몸짓으로
흰 눈이 춤판을 벌렸다 

날망에 세 번 눈이 내리면 
감출 수 없는 그리움을 나르러 
뜰 안에도 흥얼흥얼
흰 눈이 얼굴을 내민다는데 

삼밭 울타리에도
무주 할머니 굽은 허리에 
짐 하나 얹어 놓을 만큼
눈이 쌓였겠다 

울퉁 불퉁 더덕 손이 된 손가락으로 
묻어두었던 무랑 당근이랑
깎아드시며 
아들딸 손주 생각나시겠다 

저 눈 녹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금세 토방 끝으로 날아온
민들레 싹이 트고 

장독대 앞
소담스러운 움막 위로 
연둣빛 엉금 엉금 기어올라 
웅크린 봄나물이 돋아나겠지 

뒷마당 살구나무에
햇빛 가지런히 내려오고 
줄기마다 꽃송이 번지면 
어른어른 손주들 목소리만
들린다 하시겠다 

모퉁이마다
새싹처럼 자라나는 그리움을
감추고 안고 사는 엄마바보 
사랑해요
쑥스러워 말도 못 하는 아들바보 

저 눈 녹고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날이면 
연분홍빛으로 다시 피겠다 

 

김종숙 시인
김종숙 시인

◇Leeum 김종숙 시인은

▷2021 한양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문예마을 시 등단
▷한양문학 수필 등단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서울시인협회 회원, 강동문인회 회원, 시야시야 동인
▷서울시인협회 월간시 윤동주 신인상 수상(2022) 
▷동인지 《여백ㆍ01》 《여백ㆍ02》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