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청년
김종숙
소년은 파란 하늘에 물들이고
애틋한 사랑은 강물 속에서
어른거리는데
맑은 순정을 가진 소년에게
푹 빠졌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던가?
생각하게 하는 초저녁
하얀 광목 행주치마에 시를 쓰고
파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손글씨 작가의 별 헤는 이 밤에
당신의 그리움을 읽습니다
그거 아세요?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꺼라 하신 말
스물아홉 살 불멸의 청년인 당신이 하신 말
억장이 무너지는 말
문설주에 내리는 햇살이
냉골인 당신 방에 깊숙이 파고들었으면
- 서울시인협회 주관의 제3회 '윤동주 신인상' 수상작품 -
<당선소감>
가장 순수하고 서정적인 시절이 내게도 있었습니다
아기의 옹알이를 듣다가,
풀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봄눈 툭툭 털며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아다니는 새소리에서,
손을 호호 불며 언 땅을 헤집고 힘껏 뽑아낸 풋내 나는 봄동 같은 시,
엉킨 실타래 끝이 마술처럼 풀리듯 마음을 풀어주며
침묵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시가 좋았습니다
상처 같은 것
덜어내는 것
설득하는 것
일어서는 것
제 시는 아무런 가식 없이 펼쳐진 풍경과
내 안에 그들이 있고 그들 안에 내가 있는 이루지 못한 소망을 그린 순간들의 기록입니다
세월을 거치면서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10여 년 동안의 매번 확인하게 되는 공모전의 실패와 기다림에서,
그 틈새에 간절함이 허무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 시가 서울시인협회가 주관하는 윤동주 신인상에 당선이 되었다는 수상의 기쁜 소식을 들었으니까요
윤동주 시인의 생일이 들어있는 12월에, 윤동주 신인상에 응모하면서
저도 흉내밖에 낼 수 없다는 것도 귀하디 귀한 시간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29살, 아주 젊은 나이 그 모든 고통의 멍에와 상처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영원한 민족 시인 청년 윤동주 시인님께 이 상을 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다시 읽어보면서
서울시인협회, 이를 구성하는 시인이라는 당당한 명사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
엄마가 감동하는 젊은 시를 쓰라 한 가장 냉정한 독자인 아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결핍 없는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과 식구들에게 감사합니다
멈추지 않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eeum 김종숙 시인은
▷서울시인협회 주관 '윤동주 신인상' 수상(2022)
▷2021 한양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문예마을 시 등단
▷한양문학 수필 등단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서울시인협회 회원, 강동문인회 회원, 시야시야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여백ㆍ02》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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