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목압마을 설맞이 / 조해훈

조해훈 승인 2019.02.04 01:14 | 최종 수정 2019.02.04 01:35 의견 0

목압마을 설맞이 / 조해훈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보다
머무는 사람이 고향에 더 애정을 가진다
떠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 목압다리에 마을 청년회 이름으로
설을 맞아 고향 방문을 환영 합니다 현수막 내걸고
노인만 남은 집집마다 자식들 손주들 맞을 마음 바쁘다
조상제사보다 자식들 얼굴보고 먹일 걸 생각하면 마냥 즐겁다

버스 타고가 구례장 보고 온 여든 셋 아랫집 할머니
화개방앗간에서 뺀 떡국거리 썰어 바가지에 듬뿍 담고
봄에 뜯어 말려둔 참나물 식탁 위에 꺼내놓고
내일 올 자식 손주들 따뜻한 방에서 지내라고
미리 방구들 데우려 잔가지 모아 군불 땐다
자식들 오면 이렇게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어디냐

지난봄부터 일 하느라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픈 것
들뜬 마음에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다행히도 엊그제 내린 눈 찻길은 다 녹아
아이들 오는 길 괜찮겠다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마당 앞 거무스름하고 못생긴 큰 바위
말없이 온종일 할머니 모습 바라보고 있다

조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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