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부석사(浮石寺)에서 / 변종환

변종환 승인 2019.02.13 21:23 | 최종 수정 2019.02.15 11:00 의견 0

부석사(浮石寺)에서 / 변종환

 

멀리 와서 절집을 본다

무량수전無量壽殿의 굽은 등

나의 사랑도 저러했으리

지면서 다시 피는 꽃처럼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떠도는 몸을 외로움에 기대어

햇살의 비늘을 만져본다

돌계단 하나하나 엎드려서

천상으로 통하는 길이 되어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

삶의 속살은 아픔이란 것을

마음은 혼자 불처럼 타오르고

무량한 경전經典 속

아직 읽지 못한 구절같이

못다 한 말들은 남아있는데

세속의 욕심을 모두 벗어

정갈한 바람에 던져주고

낮은 곳에서 하늘을 보듯

무량수전 댓돌에 앉아

세상의 아득한 모습을 본다

변종환

* 작가노트

부산에서 경상북도 영주 ‘부석사’까지는 먼 길이다.

곳곳으로 펼쳐진 길을 돌고 돌아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봉황산 ‘부석사(浮石寺)’를 바라보면 떠 있는 돌처럼 정말 아득하다. 부석사는 우리나라 화엄종의 본찰로 초조인 의상 이래 그 전법 제자들에 의해 지켜져 온 중요한 사찰이다.

의상은 676년 부석사에 자리 잡은 뒤 입적할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그의 법을 이은 법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국유사』에는 이 절의 창건설화가 수록되어 있다. 의상과 선묘의 아름다운 이야기, 순수한 사랑은 이처럼 큰 뜻을 이루기도 한다.

레드 재플린이 노래하는 「Stairway to Heaven」처럼 안양루로 향하는 계단은 천국으로 향한다. 안양루를 거쳐 ‘부석사’에 이르는 108 계단을 이 노래처럼 ‘천국에 이르는 길’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우리의 삶이 아득하듯이.

“돌계단 하나하나 엎드려서/ 천상으로 통하는 길이 되어/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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