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28)전남 광양 백학공원서 들차회

조해훈 승인 2019.07.29 13:04 | 최종 수정 2019.07.29 13:14 의견 0
-7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28일 오후 5시 전남 광양시 진상면 백학공원 누각에서 들차회를 하고 있다. 한복을 입은 이가 필자다.
-7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28일 오후 5시 전남 광양시 진상면 백학공원 누각에서 들차회를 하고 있다. 한복을 입은 이가 필자다.

필자가 살고 있는 화개골에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7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안타깝게도 잔뜩 흐렸다,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필자의 장수지처(藏修之處)인 목압서사가 있는 목압마을 민박집들엔 피서객들이 타고온 승용차들이 가득 했다. 다행이다 싶었다. 경기가 어렵고 서민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다보니 비싼 펜션 보다는 상대적으로 싼 민박집이 인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필자는 가구 수가 많지 않은 목압마을의 집집마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거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 민박집이 피서객들에게 방을 싸게 내놓더라도 손님이 많으면 경제적으로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목압교 아래엔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전남 광양으로 차를 몰았다. 광양 백학공원에 있는 누각에서 오후 5시부터 들차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광양에 살고 있는 차인 최상종 선생께서 주관(?)을 하셨다. 그러니까 최 선생을 중심으로 광양에 차인회를 결성하기 위해 “차를 즐기시는 광양의 차인 몇 분을 모실 테니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회장 백경동) 회원들이 와서 찻자리를 좀 열어 달라”고 한 것이었다.

집에서 한복으로 갈아입은 후 다구를 준비하고 사용할 차를 좀 넉넉하게 준비하는 동안 등줄기와 얼굴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하동읍에서 광양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 진상면 백학루를 향해 갔다. 공원에는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위쪽 누각에는 자리가 없어 아래쪽 누각으로 갔다. 고향인 하동 악양면에 반쯤(?) 귀촌을 하신 신판곤 선생님이 소박하게 찻자리를 마련하고 계셨다. 필자도 차상과 다구를 꺼내 먼저 찻자리를 만들고 상투와 갓을 썼다.

차를 우려내자 여러 차인들이 오시어 차를 드셨다. 광양지역 차인들 뿐 아니라 전남 나주와 고창, 광주, 경남 산청 등 여러 지역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다. 경기도 과천에서 오신 김시형 선생님과 통영에서 오신 이미지 선생님은 매번 차회 때마다 참석하시는 분들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오셨다. 대단한 정성이다. 본인들도 “아마 차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하셨다. 특히 이미지 선생님은 매일 아침마다 밤새 고생한 직장의 직원들에게 차를 직접 우려 따뜻하게 내놓는다고 하셨다. 옷칠 작가인 사모님은 통영에서 작품활동을 하시며, ‘휴미술관’을 운영하신다.

필자는 큰 보온 물병 두 개를 가져갔는데 등에 땀이 줄줄 흐르는 후텁한 날씨인데도 모두 차를 잘 드시어 차를 우려 낼 물이 떨어졌다. 마침 김시형 선생께서 물을 끓여 가져오셨다. 볼 일이 있어 조금 늦게 오신 홍순창 화개제다 전무는 하동 출신의 여성 가수 한 분을 모시고 오셨다. 백경동 회장님과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님과도 잘 아는 사이였다.

차를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데 백 회장님이 “저녁을 먹어야 한다”며, 찰밥과 홍어 등을 누각으로 갖고 오셨다. 백 회장님은 너무 더워 얼굴에 구슬땀을 흘리셨다. 필자가 팽주를 하는 누각에 스무 분 넘게 오시어 차를 드시고 가셨다.

-백학공원 바로 옆에 있는 커피점에서 들차회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기타리스트 야니 선생께서 음악회를 시작하고 있다.
백학공원 바로 옆 커피점에서 들차회 참가자들이 기타리스트 야니 선생의 음악회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저녁을 먹고 차를 더 마시는 가운데 어둑해지자 백 회장님이 오시어 “바로 옆 커피점에서 2부 행사로 기타리스트 야니 선생님과 함께 하는 음악회가 있으나 모두 가자”고 했다. 필자는 옷을 갈아입고 다른 분들과 함께 자리 정리를 한 후 커피점으로 옮겼다. 카페 안이 꽉 찼다. 서른 분은 될 성 싶었다. 각자 돌아가며 소개를 마친 후 필자는 일이 있어 먼저 자리를 떴다.

그런데 한 분이 따라 나와 인사를 하셨다. 무학 조연차 선생이었다. 필자는 눈이 좋지 않은데다 실내가 어두워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일전에 조선일보에 오랫동안 칼럼을 쓰는 조용헌 선생과 함께 필자의 집에 와 차를 마신 무학 선생이었다. “하동에 오시면 차 한 잔 합시다”라는 말을 건네곤 필자는 집으로 돌아왔다.

<역사한문학자·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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