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봄밤에 / 조해훈

조해훈 승인 2021.04.21 17:44 | 최종 수정 2021.04.23 10:17 의견 0
문진우 사진가
[사진 = 문진우 사진가]

봄밤에 / 조해훈

꽃이 피어나는 창가에 서서 무료하게 소나무에 걸려 있는 달을 바라본다 이 화개골 어느 선방에 스며들던 달빛인가 재미었는 내 마음에 고요하게 밀려든다 하늘의 저 별빛, 나처럼 불쌍한 중생을 위하여 어느 영혼이 비추는 것이라고 하니 나는 착각한다 인적 없는 산중이라고 내가 무슨 수행자인 줄 안다 과연 내 번뇌 망상을 저 화개동천 계곡물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흘려보낼 수 있을까 거기에는 나의 흐리멍덩한 정신이 아니라 좌선에 드는 비장함이 있어야 하리라

- 시집 《내가 낸 산길》 중 -

조해훈 시인
조해훈

◇조해훈 시인

▷1987년 『오늘의문학』과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마방지마을》 《묵장墨蔣》 《노랭이 새끼들을 위한 변명》 《내가 낸 산길》 등 20여 권

▷20여 년간 국제신문에서 문화전문기자 등으로 활동하다 퇴직하고 지리산 화개동 목압마을에서 차농사를 지으며, 작은 마을박물관인 목압문학박물관과 목압고서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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