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7시부터 목압서사(木鴨書舍)에서 진행한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17)’의 주제는 ‘연암 박지원과 『열하일기(熱河日記)』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언제나 그렇듯 참석자는 필자를 포함해 4명이다.
필자는 연암이란 인물이 누구인지, 어떻게 북경을 거쳐 열하까지 갔는지, 『열하일기』는 어떤 책인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곤 필자 소장으로, 김택영이 쓴 필사본 『열하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열하(熱河)는 청더(承德)의 별칭으로, 이 도시에는 피서산장이 있었다. 청나라 때 별궁으로, 여름에는 황제의 집무를 이곳에서 보면서 피서별궁, 열하행궁이라고 불렸다.
3권으로 된 번역본, 박희병 교수가 지은 『연암을 읽는다』, 연암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역시 박희병 교수가 옮긴 『작은 고추장 단지를 보내니』 등의 책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매번 그렇지만 강의를 하다 보면 거의 밤 11시가 돼서야 끝났다. 이날은 거의 자정까지 이어졌다. 강의를 마친 후 필자는 수강자인 송 대리와 목압서사 뒤편의 미리내농원에 계시는 김 선생님(78)을 모셔드리기 위해 갔다가 거기에서 또 질문과 답변이 이어져 새벽 1시가 돼서야 목압서사로 돌아왔다.
하루 전인 11일에는 목압서사 아래채에 작은 현판을 달았다. 지난 화재로 일부 파손된 아래채에 기와지붕을 새로 이고 벽체를 다시 바르는 등 그동안 보수작업을 해왔다. 조만간 아래채에서 인문학 특강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현판을 걸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목압서사 입구에 자그맣지만 서사 간판 등이 붙어 있어 아래채에 현판까지 걸면 주민들에게 혹여나 너무 나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미루다가 본격적으로 인문학 특강을 재개해 진행하다보니 수강하시는 분들이 현판에 대한 요청을 하시기도 했다. 건물 전체 현판 제목은 ‘은거당(隱居堂)’이고, 방 공간은 ‘학의재(學宜齋)’이다. 본채는 ‘한유정(閒裕亭)’이다. 공사하고 남은 자투리 나무가 마당에 나뒹굴어 필자가 거기에 자그맣게 글씨를 썼다.
‘은거당’은 필자가 이곳 지리산 화개골에 들어와 조용히 숨어산다는 의미이며, ‘학의재’는 공부를 하는 공간의 뜻이고, ‘한유정’은 한가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다는 갈망을 담고 있다.
한편 지난 5일 강의 주제는 진수의 역사서 『삼국지』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 들어있는 내용은 어떤 것이며, 두 책이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설명을 했다. 『초한지(楚漢志)』의 유방과 항우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곁들였다. 이날도 강의가 밤 11시 넘어 끝났다. 이날 강의가 끝날 무렵에 김 선생님께는 ‘만곡(萬谷)’, 송 대리에게는 ‘청계(淸磎)’라는 호(號)를 각각 지어 드렸다.
지난 3월 31일 특강 주제는 ‘천자문(千字文) 이해’였다. 한문 초학자를 위한 교재인 천자문은 1구 4자 250구, 모두 1,000자로 된 고시(古詩)라는 점을 강조했다. 필자 소장의 오래된 『한석봉 천자문』으로 당시의 한글표기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천자문 구절을 읽고 그 뜻을 해석해보기도 했다.
3월 24일 주제는 ‘갑골문(甲骨文)의 이해’였다. 갑골문은 중국 상나라 때 점을 치는 일에 사용했던 거북 배딱지와 소의 어깻죽지 뼈에 새긴 글자이다. 필자가 준비한 자료를 통해 실제 거북 배딱지에 새겨진 갑골문을 제시하고, 이후 주나라와 진(秦) 등을 거치면서 전서(篆書)·예서(隸書)·해서(楷書)·행서(行書)·초서(草書)로 진행되는 과정과 해당 글자체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했다.
그 앞 주인 3월 15일 주제는 ‘매천 황현의 절명시와 그의 삶’, 3월 8일 주제는 ‘화개지역의 역사와 문화’, 3월 1일 주제는 ‘소쇄원과 담양의 인문학’이었다.
필자가 이렇게 주민들을 위해 매주 인문학 특강을 진행하는 이유는 필자가 화개골 목압마을에 들어와 살도록 해준데 대한 보답차원이다. 물론 무료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함께 진행하던 목압고서박물관·목압문학박물관 전시, ‘작은 한시 백일장’은 코로나19로 아직 중단 상태이다.
한편 목압서사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특강 참석자는 지역 주민들로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에 이루어진 인문학 특강에는 타지방에서 온 수강자들을 포함해 40여 명이나 되었을 때도 있었다. 필자가 서사 입구에 형식적으로 특강 전에 조그맣게 써 붙인다. 서사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 특강 내용을 사진 찍어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등으로 타지역 참석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다른 곳에서 훌륭하신 분들이 더 좋은 강의를 하니 그런 것을 수강하시라”며. “여기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쉽고 편하게 진행하는 자리”라고 설명을 해드렸다.
다음 특강은 오는 19일(월요일) 오후 7시 목압서사에서 진행되며, 주제는 옛 사람들의 편지인 ‘간찰(簡札)’이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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