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63) - 목압서사의 인문학 특강 재개하다
오는 8일 열 두번째 특강 '화개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제 진행
지난 해 3월 8일 '서포 김만중의 남해 유배시기' 마지막 폐강
지인 거듭 부탁, 코로나로 4인 제한 지난 달 22일 다시 시작
조해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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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4 18:29 | 최종 수정 2021.03.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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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늘 오후 1시 무렵 대문 입구에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12)’ 내용을 적은 안내판을 세웠다. 주제는 ‘화개지역의 역사와 문화’로 오는 8일 오후 6시 30분에 실시한다.
지난해 3월 8일(월요일) 오후 6시 30분에 실시한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8)’을 마지막으로 1년 만에 재개했다. 마지막 주제는 ‘서포 김만중과 남해 유배 시기’였다.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30분에 진행하던 인문학 특강은 우한폐렴이 시작되자 휴강했으나 지인의 요청으로 인원제한을 하고 서포 김만중을 주제로 깜짝 특강을 했다. 그 이후로는 특강을 폐쇄했다.
그러다 지인의 거듭된 부탁으로 지난달인 2월 17일(수요일) 오후 6시 30분 ‘미암 유희춘과 『미암일기』(보물 제260호)’를 주제로 아홉 번째 특강을 시작했다. 세 분이 참석했다. 그런 다음 열 번째 특강부터는 원래대로 월요일에 특강을 실시했다. 2월 22일(월요일) 오후 6시 30분 ’목은 이색과 고려시대의 차(茶)였다. 11회 특강은 지난 3월 1일 오후 6시 30분 ‘소쇄원과 담양의 인문학’을 주제로 진행했다.
특강의 주제는 필자가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만 수강하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그에 맞춰준다. 오는 8일(월요일) 같은 시간에 실시될 특강의 주제는 ‘(하동군) 화개지역의 역사와 문화’이다. 이 주제 역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반영한 것이다. 참석 인원은 코로나19 상황으로 필자를 포함해 4명으로 제한한다. 장소는 필자가 재능기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목압서사(木鴨書舍)이다.
목압서사 내의 목압고서박물관과 목압문학박물관의 전시는 코로나19로 폐쇄한 후 아직 재개하지 않고 있다. 전시를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코로나 방역수칙을 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얕은 지식이지만 필자가 가진 지식을 주민들과 함께 할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일들이 오히려 문제를 야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봄·가을에 실시하던 ‘작은 한시백일장’도 중단했는데, “4명 제한으로 재개하자”는 제의가 있어 고민 중이다.
목압서사에서 진행하는 여러 일은 목압마을 주민들과 크게는 화개면 주민들이 대상이다. 그리고 모든 게 무료이다. 필자의 노력과 적은 경비만 들어가므로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작은 한시백일장’은 주민들로만 한계가 있어 참석 인원을 조절하면서 외부인을 허용하기도 했다.
필자가 먹고 방문객들과 나눠 먹을 정도의 차 농사를 지으며 조용히 살고 있어 행사 내용도 외부에는 알리지 않는다. 인문학 특강의 경우도 대개 행사 하루 이틀 전에 모양새를 갖춘다고 서사 입구 나무판에 필자가 붓글씨로 자그맣게 써 붙이는 게 전부다. 코로나19 전에는 서사 앞을 지나는 외부인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바람에 먼 지방에서 일부러 특강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 애를 먹었다.
필자처럼 시력이 많이 떨어지는 사람은 대문 앞에 써 붙이는 행사 글씨가 작은 탓에 내용이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치게 된다. 시력이 좋은 사람은 그 작은 글씨도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 당시 외부인들에게 필자는 말했다. “좋은 내용의 특강은 다른 곳에서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하시니 그곳에서 들으십시오. 저는 아는 것도 많지 않고 말도 어눌해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춰드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특강의 목적이 주민들과 차도 마시고 여러 이야기도 하면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사실 그렇다. 텔레비전에서도 그렇고 지역별 문화원과 도서관 등 여러 기관에서 서울의 유명한 교수님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특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재미있게 강의하는 강사님들도 많다. 필자는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고 필자가 목압서사의 행사를 아무렇게나 진행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름대로 준비를 다 한다. 매주 여는 특강의 경우도 허술하지만 주제에 맞게 강의 원고를 매번 준비한다.
부산의 모 대학 사학과를 나와 역사와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한 수강생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목압서사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 강의는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시간입니다.”라며, 지난달인 2월 22일(월요일) 특강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밤 10시 6분에 필자에게 문자롤 보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크게 대중적으로 진행하는 특강은 아니지만, 필자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므로 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겠다’라는 각오를 다진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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