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부터 한 잔 드시죠.”
화개제다 큰 아들인 훙순창(63) 박사는 덩치도 크지만 언제나 그렇듯 목소리가 우렁차고 시원시원하다.
26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초입에 자리한 화개제다 차실에서 필자는 오랜만에 그와 자리를 함께 했다.
홍 박사는 지난 6일 화개면 일명 ‘땅번지’에 있는 다향문화센터에서 열린 ‘한국차생산자연합회 대의원총회’에서 제7대 한국차생산자연합회장에 뽑혔다.
그는 이 단체의 제2대 회장을 역임한 부친 홍소술(92) 화개제다 대표에 이은 것이다. 한국차생산자연합회 역사상 부자가 회장을 맡은 적은 처음이다. 이 단체는 차 생산계획 수립 및 추진, 생산기술 개선 및 향상, 차 관계자료 및 정보 수집 배포 목적으로 2003년 4월 29일 설립된 대한민국 농림부 소관의 사단법인이다. 경남 하동과 제주도, 전라남도 보성·장흥·구례·담양 등 차를 생산하는 6개 지역의 차생산자 5천여 명이 소속되어 있다.
홍 회장은 “다음 달에 이사회를 소집합니다. 이사회에서 정관개정 및 사업계획, 예산문제, 위원회 구성 등 연합회의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시 부산진구 의회에서 두 차례나 의원을 역임하고 부회장을 지낸 경력이 있어 연합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정부로부터 예산을 어떻게 받아내고 집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날 류석현 연합회 사무처장도 함께 자리를 했다.
홍 회장은 “특히 청년위원회(가칭)를 강화할 겁니다. 이미 고령화되다시피 한 차생산자들의 뒤를 이을 청년 차생산자들을 발굴하고, 보다 다양한 방식의 차생산은 물론 한국차를 세계화 시키는데 그들의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차생자연합회의 앞선 회장님들이 열심히 하셨지만 보다 조직화하고 업무를 더 시스템화 하여 글로벌 마인드로 세계 차 시장의 흐름을 읽어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응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1959년 생으로 화개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가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동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이다.
그의 부친 홍소술 선생은 1958년에 화개제다를 설립하여 차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경남 하동 화개에서 처음으로 차를 상업화 한 분이다. 홍 선생은 ‘죽로차 제조·가공부문’ 차 명인(농림식품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 30호)이다.
홍 회장은 지난달 3월 29일에는 농립축산식품부장관으로부터 ‘대한민국식품명인전수자 선정서’를 받았다. 지정번호는 제2021-30호로, 지정 품목 또는 기능은 ‘죽로차 제조’이다. 부친의 죽로차 제조 전수자가 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차가 세계로 뻗어나기기 위해서는 정부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한국차생산자연합회 차원의 구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부친과 화개제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최근에는 녹차된장을 만들었다. 홍 회장은 “우리의 차가 중국이나 일본, 영국 등 차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보다 우위에 서려면 차를 소재로 다양한 먹거리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야기 중에 마침 홍소술 어른이 출타하셨다가 들어오셨다. 필자가 “일전에 뵈었을 때보다 건강이 더 좋아보이십니다”라고 인사를 드리자, ”그래요, 고맙습니다. 다 차 덕분이지요“라며 내실로 들어가셨다.
홍 회장이 만든 우전을 맛보는데, 가루녹차에 꿀을 넣어 직접 만든 크림(?)을 비스킷에 발라 “먹어보시라”며 권했다. 여하튼 그는 아이디어가 많고, 차의 활용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연락처 : 010-3882-6781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