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77)- 피서객들로 붐비는 지리산 화개골
본격적 여름휴가 절정기여서 화개골 피서객 붐벼
코로나 청정지역 때문 계곡 가족 단위 물놀이 즐겨
민박집들도 손님 가득, 목압마을은 차량들로 꽉 차
조해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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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3 16:20 | 최종 수정 2021.08.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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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에서 내려오는 오후 1시10분 버스를 기다리느라 목압마을 앞 버스정류소에서 기다리는데 피서객들의 차가 끝없이 이어진다. 오늘은 8월 2일 화요일 평일이지만 여름휴가의 절정기임을 실감한다.
필자가 화개골에 들어온 지 햇수로 5년째이지만 필자의 집 앞까지 차가 주차한 것은 처음이다. 필자가 사는 목압마을의 용운민박·명산민박·복오리민박·청산민박·청미래민박, 그리고 필자의 집 바로 아래에 있는 삼거리민박까지 손님이 이처럼 많기는 처음이다. 이 지리산 산골마을에 피서객들이 타고 온 차로 마을이 꽉 찼다. 여하간 마을 민박집 어르신들이 돈을 벌 수 있어 필자도 반가운 마음이다. 집 옆의 RG펜션의 손님들이 새벽까지 떠드는 소리도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다.
특히 올해는 이 골짜기 곳곳에 캠핑카들이 주차를 해놓고 피서를 즐기는 모습이 많아졌다. 화개농협이 있는 화개의 다운타운(?)에는 피서객들의 차량들이 서로 엉켜 경적을 울리는 등 시끄럽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최근에 농협마트 앞에 주차장을 조금 확장하였지만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다.
수도권은 코로나19로 4단계라고 하지만 화개골은 코로나 청정지역인데다 맑은 계곡을 낀 지리산 깊은 골짜기여서 그런지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계곡마다, 특히 다리 아래 계곡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물속에서 더위를 식히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화개골이 깊다보니 펜션이 많다. 펜션 관계자 말로는 이 골짜기에 펜션만 250곳이 넘는다고 했다. 이 골짝에서 펜션하다 망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그래도 다 먹고 사는 모양이다. 그만큼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말이다.
지난 6월 14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을 한 후 갑자기 몸에 기운이 떨어져 걷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요즘은 조금 낫다. 그런 데다 허리까지 심하게 아파 등산용 스틱을 짚고 다닌다. 집에 있으니 자꾸 가라앉고 눕게 돼 오늘 단골 찻집인 가탄리 백혜마을 입구에 있는 루나카페에 왔다. 오전 8시 50분, 오후 1시 10분 신흥 발 구례농어촌버스를 타면 가탄을 경유하므로 버스를 타고 올 수 있다.
이 집에는 지금 서울에 있는 큰딸 내외,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작은 딸 내외가 와 있어 사장님과 사모님의 얼굴이 밝으시다. 파리 샤넬의 디자이너로 있는 작은 딸은 최근 파리 시청에서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이 결혼식을 치렀다. 신랑은 캐나다 사람으로 이름이 ‘폴’이라는 건축가라고 한다. 그러니까 신랑 집은 캐나다이고, 신부 집은 이곳 화개골인데다 코로나 탓에 결혼식에 양가 부모님들이 참석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결혼식 올리고 바로 왔으니 카페 사모님은 “이것저것 해 먹이느라 힘들지만 기분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주위의 펜션에 온 피서객들이 종종 와 테이크아웃을 해 간다. 가끔 마시고 가는 손님이 있으면 필자는 바깥에 나가 있거나 버스 시간이 맞으면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화개골 피서객들의 분포도를 대충 보고 들으면 전국에서 다 오는 것 같다. 서울과 수도권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코로나로 얼마나 갑갑하면 이 깊은 골짜기에 사람들이 모여들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오후에 면사무소에서 방송하는 걸 들으니 이곳도 코로나 3단계로 격상되었다고 이것저것 당부 멘트를 했다.
지난여름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 화개장터 인근이 침수돼 난리가 났는데 올해는 비가 너무 오지 않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 필자의 집인 목압서사 마당 공사를 하면서 시멘트로 하다 보니 더 더운 것 같다. 원래 잔디를 심으려고 했는데 풀 때문에 감당 못한다며 주위 사람들이나 공사 하는 사람들 모두 시멘트로 하라고 조언을 해 그렇게 했다. 자신들도 처음에는 잔디로 했다가 그 다음에 잔돌을 깔았다가 결국 시멘트로 했다는 것이다.
차를 다 마셨고 정신이 조금 돌아왔으니 집으로 갈 생각이다. 글 빚이 너무 많은데 몸이 좋지 못하다보니 진척이 잘 되지 않는다. 마감 넘긴 원고도 몇 개 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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