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78) - 여름휴가 끝 무렵에 화개골 찾은 귀한 손님들
고교 선배님인 강동완 웰니스병원장 부부 방문
선배 부부 떠나자 영대글벗문학회 친구들 찾아
친구들은 집에서 하룻밤 자며 많은 이야기 나눠
조해훈1
승인
2021.08.09 20:43 | 최종 수정 2021.08.11 09:14
의견
0
그제인 2021년 8월 7일 입추였다. 올 여름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계절은 속일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하늘이 파란 빛을 띠며 높아져 가고 있다. 여름 휴가철도 막바지이다.
어제인 8일(일요일) 고등학교 2년 선배님이신 강동완 부산웰니스병원장이 형수님과 통영에서 화개로 출발한다고 전화를 하셨다. 화개의 호모루덴스카페를 하는 고교 1년 후배 되는 강 모 사장님도 볼 겸 오신다고 했다.
강 선배님은 지난해에도 형수님과 클래식음악공연기획사인 ‘부산문화’의 박흥주 대표와 함께 목압서사를 방문하시어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점심을 먹고 카페로 가니 강 선배님이 와 계셨다. 잠시 인사를 나눈 후 선배님 부부와 강 사장님은 점심식사를 하러 가셨다. 그 사이에 필자는 사흘째 붙들고 있는 모 신문사에 보낼 원고를 마무리 해 전송했다.
홍인식당 겸 펜션에 가 점심식사를 하고 오셨다고 했다. 카페 사모님이 내어주시는 커피와 과일, 쿠키 등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수님은 최근에 밀양에 세컨드 하우스를 경매로 구입했는데, 건축업을 하는 전 주인이 집을 비워주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셨다. 강 선배님은 최근에 열이 많이 올라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음성으로 판명되었는데도 열이 내리지 않아 결국 자신의 병원에 입원해 완쾌했다고 하셨다.
이야기 중에 목헌(木軒) 박재범(朴宰範) 영대글벗 총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함양에서 율전(栗田) 정성기(鄭聖起)를 태우고 오는 것이다.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누다 선배님이 일어섰다. 다음을 기약하며 선배님과 형수님은 부산으로 출발하셨다. 강 사장님 내외와도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오니 바로 박재범이 도착했다.
함양 오도재 아래 조동(棗洞)마을에 터를 잡은 정성기의 앞집에 사시는 팔령(八領) 강안구(姜安求·61) 선생님이 함께 오셨다. 강 선생님은 필자와 박재범에게 각각 한지로 손수 만드신 공책을 한 권씩 선물해주셨다. 표지는 비단으로 하여 고서처럼 끈으로 묶어 만드신 것이다. 고마웠다. 필자는 “한시를 한 수씩 지어 적으면 어울릴 것 같습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올해 조금 만든 발효차와 지난해 만든 후발효차를 한 잔씩 마신 후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정성기가 은어를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가자고 해 화개제다 옆 소현정식당(010-9970-2039)으로 갔다. 은어회가 먼저 나와 술을 한 잔씩 하며 먹으니, 은어튀김이 이어 나왔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술을 한 잔씩 나누어야 좀 더 깊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 식당의 남동생은 화개동천(花開洞川)에서 거의 매일 은어를 잡는다. 그는 며칠 전에도 필자에게 “하루에 은어를 많이 잡을 때는 300마리까지 잡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수와 거문도 등으로도 가 낚시를 해 갈치와 돔 등을 잡는다. 화개골의 많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생선이나 물에서 잡히는 생물들은 모두 남동생이 직접 잡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푸짐하고 싸게 제공하고 있다.
은어요리를 다 먹을 즈음 밥이 나왔다. 섬진강 재첩국이 나왔다. 이 집은 밑반찬이 좋다. 식당에서 나와 인근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거리를 사서 집으로 올라왔다. 마당에 테이블을 펴고 앉아 술자리를 마련했다. 팔령 선생님은 손재주가 좋은 분이었다. 병풍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붓글씨도 잘 썼다. 그는 뭐든지 한 번만 보면 만들어낸다고 했다. 그의 모친께서 손재주가 좋으셨다고 했다.
영대글벗문학회 단톡방에 죽계(竹溪) 李경우가 부산의 다학(茶壑) 玉수찬 형에게 가 술을 한 잔 하고 있다는 사진을 찍어 올렸다. 술기운이 조금 오르자 박재범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를 오랜만에 들어본다. 필자에게도 노래를 시켰다. 필자는 몸이 좋지 않아 술을 마시지 않았을 뿐더러 원래 노래를 잘 하지 못한다. 억지로 박재범과 함께 몇 곡을 불렀다. 정성기 역시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술자리가 이어지다 박재범의 권유로 밤 12시쯤에 먼저 방에 들어갔다. 나머지 3명은 밤12시 반가량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2층 방에 팔령 선생님과 정성기가, 1층 소파 있는 방에 박재범이 잤다.
9일(월요일) 오전 6시 조금 넘어 일어났다. 다들 그 무렵 일어났다. 팔령 선생님과 정성기는 아래채 옥상에서 맞은 편 마을인 용강리 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오늘 오전 8시에 부엌과 화장실 수리하는 사람들이 오기로 해 함께 부엌에 있는 짐들을 밖으로 들어냈다. 모두 고생이 많았다.
일하는 분들이 집에 오자 아침식사를 하러갔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소현정식당으로 갔다. 어제 입추였다고 식당 입구에 고추잠자리가 무더기로 비행을 하고 있었다. 다슬기 된장찌개가 먼저 나왔다. 강 선생님과 정성기가 좋아했다. 이어 필자의 손바닥만 한 돔 구이가 나왔다. 사람 수에 맞게 4마리였다. 식당 사장님이 “두 가지 모두 남동생이 직접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맛있게 아침밥을 먹은 후 카페로 가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이들은 함양으로 출발했다. 박재범이 함양에 팔령 선생님과 정성기를 내려주고 대구로 가야했다. 여름휴가의 끝 무렵에 귀한 손님들이 화개골을 찾은 것이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