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압서사 내 목압고서박물관·목압문학박물관 문 다시 열다

지난해 6월 '제6차 기획전' 끝으로 문 닫아
전 국민 백신 맞고 있어 두 박물관 재개관
주제 '서당의 교재들', '하동 출신의 작고 문인들'

조송현 승인 2021.07.03 15:56 | 최종 수정 2021.07.05 09:52 의견 0

지리산 화개골의 목압서사(木鴨書舍) 내 목압고서박물관과 목압문학박물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지난해인 2020년 6월 3일 ‘제6차 기획전’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가 이달 1일자로 재개했다. 전 국민이 백신접종을 맞고 있어 집회 인원 제한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목압서사에는 여전히 동시 출입인원을 4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열리는 ‘제7차 기획전’의 주제와 전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목압고서박물관의 전시 주제는 ‘서당의 교재들’이다. 전시된 관련 고서는 한석봉 『천자문(千字文)』·『초서천자문(草書千字文)』·박팽년 『초서천자문』·『동몽선습(童蒙先習)』·『아희원람(兒戱原覽)』·『격몽요결(擊蒙要訣)』·『소학(小學)』·『대학(大學)』·『논어(論語)』·『맹자(孟子)』·『중용(中庸)』· 『역경(易經)』 등이다.

서당마다, 동몽(童蒙)들의 수준에 따라 학습하는 과정이 조금씩 달랐으나 대개 천자문을 떼고 나면 초급교재로 『동몽선습』을 가르쳤다. 조선 중종 때의 학자인 박세무(朴世茂)가 저술한 이 책은 오륜(五倫)인 부자유친·군신유의·부부유별·장유유서·붕우유신을 강조하였다. 이어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에서부터 명나라까지의 역대사실(歷代史實)과 한국의 단군에서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역사를 약술하였다.

목압서사 입구에 목압고서박물관과 목압문학박물관의 '제7차 기획전'을 알리는 알림판이 서 있다. 비에 젖은 모습.
목압서사 입구에 목압고서박물관과 목압문학박물관의 '제7차 기획전'을 알리는 알림판이 서 있다. 비에 젖은 모습.

『아희원람』 역시 아동교육용으로 만든 책으로, 조선 후기의 학자 장혼(張混, 1759-1828)이 만들었다. 1803년(순조 3)에 간행되었다. 고금의 사문(事文)에서 필요한 내용을 가려 뽑아,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아동들이 참고하기에 편리하도록 엮었다.

『격몽요결』은 알다시피 율곡 이이가 편찬한 책이다. 42세 때인 선조 10년(1577) 관직을 떠나 해주에 있을 때 처음 글을 배우는 아동의 입문교재로 쓰기 위해 저술한 것이다. 초간본은 보물 제602호로 지정되어 있다.

역시 서당마다 교재는 달랐다. 천자문을 배우고 그 다음으로 『사자소학(四子小學)』과 『추구(抽句)』배우기도 했다.

『사자소학』은 학동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기 위하여 엮은 기초한문교과서이다. 인간의 윤리도덕에 입각하여 주자의 『소학(小學)』과 기타 경전 중에서 학동들이 알기 쉬운 내용들을 뽑아 사자일구(四字一句)로 엮었다.

『추구』의 저자는 미상이며, 그 개요는 오언(五言)으로 된 좋은 대구(對句)들만을 발췌하여 저술한 책이다. 초학자들이 『천자문』,『사자소학』과 함께 가장 먼저 익힌다고 하여 『추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내용은 천지자연에 관한 것을 맨 먼저 설명하고, 그 다음으로는 인간에 관한 것과 일상생활에 있어서 항상 접할 수 있는 화조월석(花朝月夕) 등을, 그리고 말미에는 권학(勸學)을 강조하는 내용을 실어서 권학의지를 고취시켰다.

목압고서박물관의 전시 모습.
목압고서박물관의 '제7차 기획전' 모습.

서당에서는 이렇게 기본 교재로 기초를 익히게 한 다음 『명심보감』·『소학』·사서삼경으로 이어나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당에서는 『소학』에서 배움이 그쳤다. 당시에는 암송 교육이 위주여서 한 교재를 마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물론 드물었지만 어떤 서당에서는 사서삼경인 『대학』·『논어』·『맹자』·『중용』·『시경』·『서경』·『역경(주역)』까지 가르치는 곳도 있었다.

목압문학박물관의 전시 주제는 ‘하동 출신의 작고 문인들’이다.

먼저 하동 북천면 직전리에서 태어난 소설가 이병주(1921~1992)의 작품집들이 선보이고 있 다. 이병주는 1921년 3월 16일 출생하여 1941년 메이지대학(明治大學) 문예과를 졸업했다.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불문과에서 공부하다 학병으로 끌려가는 바람에 중퇴했다. 광복 후에 귀국하여 진주 농과대학 교수(1948)와 해인대학 교수(1951)를 지냈고, 『국제신보』주필(1955)로 활동하기도 했다. 1965년 7월 『세대』에 중편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번에 전시하고 있는 작품집은 등단작인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해 『타인의 숲』·『그해 오월』·『행복어사전』·『지리산』·『산하』·『관부연락선』 등이다.

그의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품 중 하나이자 문제작인 『관부연락선』은 1940년에서 1950년까지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던 배를 통칭하며, 해방 전후 10년간을 다룬 역사소설이다.

『지리산』은 일제 말기로부터 광복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산하』는 이종문이라는 인물(노름꾼)을 중심으로 해방공간에서 자유당 정권을 거쳐 4.19에 이르기까지의 15년 현대사를 실록 대하소설로 압축해 놓은 소설이다.

유명한 작사가 정두수의 형인 정공채(1934~2008) 시인의 작품집도 여럿 전시되어 있다. 하동군 고전면 성평리 출신인 정 시인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7년 시인 박두진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종이 운다」 등 3편의 시로 등단하였다. 1963년 장편 서사시 「미 8군의 차」를 『현대문학』에 게재하였으나, 이 장시가 이듬해 일본의 『문학』지에 게재됨으로써 반공법 내지 ‘반미주의자’라는 혐의를 받아 당시의 중앙정보부로 연행되는 등 필화를 겪었다.

목압문학박물관의 '제7차 기획전' 모습.
목압문학박물관의 '제7차 기획전' 모습.

이후 『민족일보』 기자와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MBC 프로듀서로 입사, 당시의 인기극이었던 「전설 따라 삼천리」를 집필, 청취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다. 1979년에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앞에 둔 첫 시집 『정공채 시집 있습니까』를 펴낸다. 1981년에 『초한지』 3부작과 제2시집 『해점』을, 1986년 제3시집 『아리랑』, 수필집 『비에 젖읍시다』·『전혜린 평전』·『이솝 이야기』를 출간하였다. 1989년 제4시집 『사람 소리』, 1990년 제5시집 『땅에 글을 쓰다』, 2000년 『새로운 우수』를 펴냈다.

전시회에서는 정 시인의 첫 시집 『정공채 시집 있습니까』를 비롯해 제2시집 『해점(海店)』과 제3시집 『아리랑』, 제4시집 『사람소리』, 그리고 역사소설 『초한지(楚漢志)』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하동 옥종면 위태리 출생의 정규화(鄭圭和·1949~2007) 시인의 시집들도 전시되어 있다. 정 시인은 청소년기 마산으로 이주하여 마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1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신작 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은』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경남민족문학작가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고, 동남일보와 경남일보의 문화부 기자를 지냈다. 시집으로 『농민의 아들』·『스스로 떠나는 길』·『지리산 수첩』·『지리산과 인공신장실과 시』·『다시 부르는 그리운 노래』·『오늘밤은 이렇게 축복을 받는다』·『슬픔의 내력』·『나무와 바람과 세월』·『고향의 찔레꽃』·『머슴새는 울었다』 등이 있다.

전시회에서는 이중 『농민의 아들』·『고향의 찔레꽃』·『오늘밤은 이렇게 축복을 받는다』 등을 선보이고 있다.

조해훈 목압서사원장은 “하동 화개지역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관광지여서 화개장터와 벚꽃, 녹차 등이 유명하지만, 문자향을 맡을 수 있는 도서관도 없어 코로나19 전에는 많은 외지인들이 목압서사를 찾았다”며, ”목압서사에서는 이들 박물관 운영 외에 매주 월요일에 인문학특강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아직 코로나 정국이어서 전시품을 보러 오는 방문객은 4명 이상 동시 입장은 불허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목압고서박물관과 목압문학박물관의 그동안 전시 일정과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두 박물관의 전시 일정이 달랐다.

2018년 9월14일 개관한 목압고서박물관은 개관 기획전으로 그해 12월13일까지 3개월간 ‘점필재 김종직과 그의 제자들’을 주제로 3개월간 전시회를 가졌다. 같은 해 10월6일 개관한 목압문학박물관은 ‘하동의 시인과 작가들’ 주제로 2019년 1월 5일까지 3개월간 기획전을 가졌다.

‘제2차 기획전’부터 두 박물관의 전시 일정이 통합했다. 전시회는 2019년 1월10일부터 4월9일까지 3개월간 개최했다. 목압고서박물관은 전시 주제로 ‘조선시대 화개골의 문사들’, 목압문학박물관은 ‘화개골의 시인과 작가들’ 주제로 각각 박물관이 소재한 화개골과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했다.

‘제3차 기획전’은 2019년 4월 10일부터 오는 7월 9일까지 목압고서박물관은 ‘사서삼경’을 주제로, 목압문학박물관은 ‘지리산의 시인과 작가들’을 주제로 각각 전시를 했다.

‘제4차 기획전’은 피서철을 맞아 2019년 7월 10일부터 10월9일까지 3개월간 ‘차 자료 특별전’ 주제로 열렸다. 여름 휴가철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 차 시배지인 하동 화개를 널리 알리고 화개 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제5차 기획전’은 2019년 11월 9일부터 2020년 2월 8일까지 3개월간 각각 열렸다. 목압고서박물관의 주제는 ‘우리나라의 대표 유학자들’, 목압문학박물관의 주제는 ‘지리산 산행 시집’, 이었다.

‘제6차 기획전’은 2020년 3월 4일부터 6월3일까지 3개월 간 열렸다. 목압고서박물관은 ‘우리나라 고전소설展’을, 목압문학박물관은 ‘한국 문학의 길을 제시한 잡지 『창작과 비평』展’을, 주제로 각각 관련 자료들을 선보였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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