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압서사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진행하는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의 2021년 상반기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28번째였다.
강의 제목은 ‘박은식과 『한국통사(韓國痛史)』’였다. 상반기 마지막 수업이라 주제에 고심을 하다 일제에 국토를 침탈당하였지만 정신 살아있으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 박은식(1859~1925) 선생의 그 외침을 한 번 상기하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잡았다. 또한 『한국통사(韓國痛史)』의 서문 격인 서언(緖言)이 명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서언의 원문을 함께 읽어보자는 생각도 담겨있었다.
본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이완용 국제신문 기자(사회2부 부장)의 증조부 문집인 『玉華集』에 들어있는 시 가운데 칠언절구 「영앵(詠鶯)」을 한 수 감상하였다. ‘꾀꼬리 소리를 읊다’라는 뜻의 시제이다.
그런 다음 청계(靑磎) 송승화(宋昇華)가 숙제로 지어 온 시 발표를 들었다. 지난주에 낙운성시(落韻成詩)로 숙제를 준 것이다. 운자 ‘동(東)’자와 ‘동(同)’를 주고 오언절구를 지어오게 하였다. 평측에는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고 숙제를 냈다. 한시 짓는 법을 연습시키는 것이다.
청계의 발표를 들은 다음 주에는 칠언절구를 지어오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운자는 ‘동(冬)’자와 ‘농(農)’자를 주었다.
필자가 지난 해 만든 후발효차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였다. 목압서사 뒤쪽 미리내농원에 계시는 만곡(萬谷) 김용상(金容相) 선생님이 힘들게 키우신 완두콩을 삶아 오시어 함께 먹었다.
유학자 출신으로 ‘황성신보’와 ‘대한매일신보’ 주필과 논설위원을 역임하시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선생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였다. 이어 선생이 『한국통사(韓國痛史)』를 왜 지었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도 간추려 설명했다.
그런 다음 이 책의 서언 중 원문 일부를 강독하였다. 한문으로 쓰인 이 책의 가장 정수로 여기지는 부분이다.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古人云: “國可滅 史不可滅.” 蓋國 形也 史 神也. 今韓之形毁矣 而神不可以獨存乎? 此痛史之所以作也. 神存而不滅 形有時而復活矣. 然是編也 不過甲子以後五十年史耳 鳥足以傳我四千年歷史全部之神乎? 是在吾族念吾祖而勿忘焉耳.
위 내용을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다. “옛사람은 “나라는 멸망시킬 수 있어도 역사는 멸망시킬 수 없다.”라고 말하였다. 나라는 육체이고, 역사는 정신이다. 지금 한국의 육체는 훼손되었으나 정신은 홀로 존재할 수 없는가? 이것이 『한국통사(韓國痛史)』를 짓게 된 까닭이다. 정신이 존재하여 멸망하지 않는다면, 육체는 때가 되면 부활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불과 갑자년(1864년) 이후 오십 년의 역사일 뿐이니, 사천 년 역사 전체의 정신을 어떻게 전할 수 있겠는가? 이는 우리 민족이 우리 조상을 생각하며 잊지 않는 것에 달려 있다.“
『한국통사(韓國痛史)』는 1914년에 완성하여 1915년 망명지인 중국 상해에서 간행한 책으로,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된 1864년부터 1911년까지의 아픈 역사를 서술한 역사책이다. 모두 3편 1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록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지만, 정신을 잃지 않으면 곧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은식 선생에게 역사 편찬은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의 적극적 표현이었다.
한편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은 필자가 2017년 4월에 목압서사로 들어오면서부터 매주 한 차례씩 실시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는 횟수를 기록하지 않았다. 2020년 3월8일(월요일) 오후 6시30분에 실시한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8)’을 마지막으로 폐쇄했다. 마지막 주제는 ‘서포 김만중과 남해 유배 시기’였다.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30분에 진행하던 인문학 특강은 우한폐렴이 시작되자 휴강했으나, 지인의 요청으로 인원제한을 하고 서포 김만중을 주제로 깜짝 특강을 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특강을 폐쇄했다.
그러다 2021년 2월 17일 오후 6시30분에 ‘미암 유희춘과 『미암일기』(보물 제260호)’를 주제로 아홉 번째 특강을 실시하여 매주 월요일 진행해왔다. 제10회 특강은 2월22일 오후 6시 30분 ‘목은 이색과 고려시대의 차(茶)’ 주제였다. 제11회 특강은 지난 3월1일 오후 6시 30분 ‘소쇄원과 담양의 인문학’을 주제로 진행했다.
제12회(3월8일) 주제는 ‘화개지역의 역사와 문화’, 제13회(3월15일) 주제는 ‘매천 황현의 절명시와 그의 삶’, 제14회(3월24일) 주제는 ‘갑골문(甲骨文)의 이해’, 제15회(3월31일) 주제는 ‘천자문(千字文)의 이해’, 제16회(4월5일) 주제는 『삼국지(三國志)』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제17회(4월12일) 주제는 ‘연암 박지원과 『열하일기(熱河日記)’, 제18회(4월19일) 주제는 ‘옛 사람들의 편지 간찰(簡札)’, 제19회(4월26일) 주제는 ‘한문 강독’이었다.
제20회(5월3일) 주제는 ‘삼국유사’, 제21회(5월10일) 주제는 ‘한문강독2’, 제22회(5월17일) 주제는 ‘조선시대의 기생과 그들의 문학’, 제23회(5월24일) 동아시아 시가(詩歌)문학의 원조인 『시경(詩經)』, 제24회(5월31일) 주제는 ‘조선시대 부부 문인’이었다.
제25회(6월7일) 주제는 ‘한문문법-종결사(終結詞)’, 제26회(6월14일) 주제는 ‘한시의 구조와 이해’, 제27회(6월21일) 주제는 ‘조선시대 통신사행과 실제’, 제28회(6월28일) 주제는 ‘박은식과 『한국통사(韓國痛史)』’였다. 코로나 이후 매회 참석인원은 필자를 포함해 4명으로 제한했다.
특강 내용을 알리는 문구는 매회 필자가 붓글씨로 적어 목압서사 앞에 있는 나무판에 붙여놓는다. 필자의 착각으로 간혹 특강 횟수를 잘못 적은 경우가 있었다. 올 하반기에도 인문학 특강은 계속 이어진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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