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58)- 고양이들의 집단 죽음을 슬퍼하며

이틀 전 고양이 7마리 집단 죽음 발견돼
추위에 죽기에는 기온 그다지 낮지 않아
올겨울 넘길까 걱정했던 할매는 생생해

조해훈1 승인 2020.12.12 16:31 | 최종 수정 2020.12.12 21:12 의견 0

고양이들의 죽음 / 조해훈

죽음은 슬픈 단어이다
고양이 죽음에도 애도를 해야 한다
돌아올 수 없는 먼 하늘로 가버렸기에
다시는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가물어 화개동천 물이 말라 다리 위의 등불이
물 대신 모습 드러낸 바위 위에 비치는 밤 걸으면서
하루에 다 죽어나간 고양이들 불러본다
일삐 소리 소리투 소리삼 점식이 예삐 순디투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고 잠자리 챙겨주었건만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한 죽음 보는 것도 힘든데
떠돌다 내 집에 들어와 밥 먹고 살던 것들
화개골에 조용히 은거하러 들어온 내가
순했던 너희들의 떼죽음을 보게 될 줄이야
그리하여 이렇게 너희 위한 만사를 쓸 줄이야

아침저녁으로 밥을 챙겨주고 집을 만들어 주어 살게 해 필자의 집에서 살던 들고양이들이 이틀 전인 10일 하룻만에 몰살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집에서 죽은 놈들이 일삐·소리·소리투·소리삼·점식이·예삐·순디투 등 일곱 마리이고, 하니와 이삐, 일식이는 바깥에서 죽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바깥에서 새끼 낳아 기르면서 밥만 먹고 가는 멀거이도 이틀째 오지 않는다.

“올 겨울 넘길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던 할매고양이는 멀쩡하다. 할매는 원래 앞집에서 살던 고양이로 필자가 2017년 4월에 목압서사로 완전 이사를 올 적에 그 어미 및 형제들과 함께 내 집에 왔다 갔다 하던 놈이다. 지금은 할매만 남아있다. 늙어 제대로 씹지 못해 생선을 삶아주면 조금 먹는다. 그러다보니 뼈만 남고 털은 부스스하다. 감기를 달고 살아 늘 기침을 하고 침을 질질 흘린다. 잠은 비어있는 앞집에 가 자고 낮에는 필자의 집에서 지낸다.

필자의 집 마당에서 놀고 있는 들고양이들.
필자의 집 마당에서 놀고 있는 들고양이들.

그래서 다른 놈들은 걱정을 하지 않고 할매가 애가 쓰여 일부러 먹을거리를 별도로 주는데, 할매만 무사한 것이다.

현재 순디와 순디삼만 살아있다. 이 놈들은 창고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집 바깥을 나가지 않는다. 어느 날 들어와 눈치를 보며 밥을 먹던 점돌이는 아침에 힘이 없어 누워있더니 지금은 담장 넘어 가고 없다.

이사 오니 꺼머이가 노랭이와 예쁘이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꺼머이가 사라졌고, 겁 많은 예쁘이가 다 자라기도 전에 얼룩이 새끼를 낳아 키우다 역시 새끼를 낳은 노랭이에게 밀려 자기 새끼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닫아놓은 유리창에 몰려와 있는 고양이들.
닫아놓은 유리창에 몰려와 있는 고양이들.

집에 안착을 하여 살게 된 노랭이 새끼들이 순디와 순디투, 순디삼, 그리고 얼룩이였다. 얼굴이는 자기만 색이 누렇지 않고 검은 줄무늬가 있어서인지 다른 형제들에 밀리고 겁을 내더니 어디로 가버렸다. 가끔 오다가 요즘은 오지 않은지 꽤 되었다.

노랭이가 다시 새끼들을 낳았는데, 그것들이 소리와 소리두, 소리삼, 그리고 누런 바탕에 검은 줄이 있는 예삐다. 그런데 예삐는 아직 새끼인데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그것들이 일삐와 이삐였다. 일삐와 이삐는 이제 새끼에서 조금 자란 상태이다.

이사 왔을 적에 또 다른 고양이가 필자의 집에 살고 있었는데 바로 멀거이였다. 멀거이는 덩치가 크지만 순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멀거이 새끼들이 일식이와 점식이, 하니였다. 일식이와 점식이는 제 어미와는 달리 겁이 좀 있어 조금 피하는 기색이었지만, 하니는 사람에게 달라붙는 스타일이었다. 현관 앞에 집강아지처럼 늘 쪼그리고 있어 필자가 집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도 그대로 있거나, 다리에 달라붙어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한 적도 있다. 얼마 전 일식이가 사라져 걱정을 많이 했는데, 3, 4일 전에 일식이가 집에 와 놓아둔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사라졌다.

필자의 집에서 밥을 먹고 있는 멀거이 식구들.
필자의 집에서 밥을 먹고 있는 멀거이 식구들. 맨 오른쪽 덩치 큰 고양이가 멀거이, 시계방향으로 멀거이 새끼들인 하니·점식이·일식

집에 가끔 깡패 고양이가 온다. 덩치가 크고 봄 전체에 검은 점을 뿌려놓은 것처럼 생겼다. 이 깡패가 집의 수고양이들을 공격하여 상처를 입힌다. 그러다보니 깡패가 나타나면 수고양이들이 모두 도망가고 없다. 엊그제 뒤란에 “버섯이 얼마나 달렸을까?”라며 갔다가 창고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 잠그는데 깡패란 놈이 고양이집에서 슬그머니 나왔다. 빨리 도망을 가지 않고 힐끗거리며 능글능글하게 기분 나쁜 투로 창고 바깥으로 나가는 걸 보았다. 그제도 외출했다 돌아오니 깡패가 또 고양이들 밥 먹는 곳에 있다가 슬슬 담장 너머로 나갔다.

늙어 제대로 먹지 못해 "올겨울 넘길 수 있을까?"라고 필자가 걱정하는 할매고양이가 가장 생생한 것 같다.
늙어 제대로 먹지 못해 "올겨울 넘길 수 있을까?"라고 필자가 걱정하는 할매고양이가 가장 생생한 것 같다.

결국 이제는 순디와 순디삼만 남았다. 물론 할매도 남았다. 할매가 명줄이 긴 것 같다. 한꺼번에 몰살을 한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들 만들어준 집에 살고 있어 아직 추위에 죽기에는 기온이 그렇게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아니면 바깥에 누가 놓아둔 약을 먹은 것일까? 알 수는 없다.

글의 맨 앞의 시는 필자가 떼죽음을 당한 고양이들의 명복을 비는 만사(挽詞)이다.

<역사·고전인문학자,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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