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반경 주경업(82) 부산민학회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조 시인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11시 40분이면 도착합니다.”
필자의 집에 모두 다섯 분이 오셨다. 주 회장님 부부, 최원준 시인 부부, 그리고 김혜경 한국춤꾼이다.
주 회장님의 제안으로 마을 위쪽인 국사암에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큰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내년 1월1일부터 목압마을을 통한 국사암 출입을 금지한다고 적혀있었다. 불일폭포에 갈 때도 반드시 매표소에 입장료를 내고 쌍계사를 통해 올라가라는 내용이었다.
국사암을 둘러보고 사천왕수(四天王樹)인 1,200년 된 느티나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 회장님은 “예전에 여기서 스케치도 했다”고 말씀하셨다.
국사암에서 내려와 필자의 집인 목압서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칠불사로 향했다. 신흥삼거리에서 잠시 내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썼다는 ‘삼신동(三神洞)’ 각석을 다 함께 구경했다. 그런 다음 필자는 다리 건너 왕성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던 신흥사와 그 아래 계곡 바위에 새겨져있는 ‘세이암(洗耳嵓)’ 글자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해드렸다. 그리고 세이암 각자 옆 바위에 추사 김정희의 부친인 김노경 경상도관찰사 및 추사의 동생인 김명희 진사가 이곳에 들러 방문 기념으로 이름을 새겨놓은 것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 외에 신흥사 뒤편 내은적암에서 수행하셨던 서산대사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런 다음 칠불사로 갔다. 영지(影池) 앞에서 칠불사와 얽힌 이야기를 해드렸다. 김수로왕과 허 황후의 일곱 아들이 성불해 연못에 비쳤다는 이야기와 그로 인해 암자 이름이 칠불암(七佛庵)이 되었다는 내력도 설명했다.
주 회장님이 “최근에 불탄 아자방(亞字房)이 어딥니까?”라고 물으시어, 못 인근에 높게 안이 보이지 않도록 펜스를 높게 쳐놓은 곳을 가리키며 “저 곳입니다. 그러니까 원래의 아자방이 아니라 아자방 복사본이라고 들었습니다.”라고, 답변을 드렸다.
절 마당으로 올라가 아자방 앞에 서서 또 설명을 해드렸다. 아자방은 국가문화재로 지정을 받기 위해 현재 발굴 작업을 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칠불사는 입적하신 통광스님이 불사를 크게 일으켜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을 했다. 또한 칠불사에서 초의선사가 『다신전(茶神傳)』을 등초한 이유와 그가 쓴 『동다송(東茶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드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하다 칠불사에서 내려와 구례로 향했다.
구례읍에서 구례구역(求禮口驛) 다리를 건너기 직전 오른 편인 심진강변에 있는 ‘섬진강 책사랑방’에 가기로 한 것이다.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대우서점을 운영하던 김종훈(68) 사장님이 이곳으로 이전해 헌책방과 카페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인 11월 14일에 오픈했다고 했다.
모텔을 개조해 1,2,3층을 헌책방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카페는 1층에 있었다. 카페는 김 사장님의 사모님이 운영하셨다. 부산지역 신문사와 이곳 호남지역의 신문과 방송 등에 책방이 보도되었다고 해당 기사 등이 책방 입구에 전시돼 있었다.
우리 일행은 책방을 둘러봤다. 주 회장님은 잡지 『전통문화』 두 권을 사셨고, 김혜경 춤꾼은 춤과 관련된 책 여러 권을 구입했다. 손님이 구입한 책값을 계산하고, 손님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는 등 책과 관련된 일은 김 사장님이 하셨다. 김 사장님은 구례로 책방을 이전하기 전에 필자가 살고 있는 화개지역의 몇 곳을 물색했으나 여의치 않아 구례로 옮기신 것이다. 김 사장님의 고향도 인근 남원이라고 들어 알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주문해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인근에 있는 ‘강변맛집’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먼저 가 주문을 하고 앉아 있으니, 김 사장님이 오셨다. 몇 분은 재첩국을 드시고, 필자를 포함한 몇 사람은 식당의 추천 음식인 코다리 요리를 먹었다.
음식을 맛있게 먹은 후 부산에서 온 다섯 분이 먼저 출발한 뒤 필자는 김 사장님과 악수를 하고 목압서사로 돌아왔다.
주경업 회장님은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 13(신창동 1가)에 위치한 ‘부산은행 갤러리’에서 ‘주경업전 18’ 주제로 펜화전시회를 갖는다. 그러니까 18번째 전시라는 것이다. 그 연세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다. 이뿐 아니다. 『부산학, 길 위에서 만나다』(1~8권), 『낙동강사람들』(2012), 『부산의 꾼·쟁이를 찾아서』(2007) 등 수많은 책을 발간한 저술가이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현역이시다.
<역사·고전인문학자,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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