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53)침수 피해 복구 중인 화개장터
조해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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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5 20:18 | 최종 수정 2020.08.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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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피해 상인들, 오히려 다른 피해자 걱정
“천장에 누렇게 때 묻은 것 보십시오. 이렇게 제 가게 천장까지 물이 차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80, 90살의 할머니들도 이전에 바닥에 물이 찰랑찰랑하게 찬 적은 있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기기와 집기 등이 모두 침수돼 이제 한 개도 쓸 수 없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지요”
13일 필자가 인근에서 자원봉사를 마치고 오후 6시쯤 집으로 돌아가다 만난 ‘김영미 헤어샵’의 주인인 김영미(61) 씨가 허탈해하며 이야기를 했다. 이 가게 앞의 동원슈퍼와 경남철물점, 화개악양농협 본점까지 침수돼 물건과 집기 등을 모두 밖으로 들어내 민관자원봉사자들이 치웠다. 방역소독차가 동원돼 침수된 가게와 주택마다 들어가 소독을 하고 있다. 농협 역시 1층 천장까지 물이 찬 탓에 ATM(현금자동입출금기)도 사용이 불가능하고 직원들은 2층 회의실 공간에서 임시로 업무를 보는 상태이다.
필자는 엊그제 화개장터 주차장 앞의 편의점 하프타임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그곳도 천장까지 물이 차 전기가 끊긴 것은 물론이고 가게 안에 진열됐던 상품들을 모두 밖으로 들어내고 쓸 수 있는 것은 포대에 담았다. 음료수와 술 등은 자원봉사자들이 바깥에서 1차로 흙과 때 등을 씻어주면 필자는 다른 분과 가게 안에서 수건으로 다시 깨끗하게 닦아 안쪽의 진열냉장고 뒤쪽에서 물건을 차곡차곡 진열하고 있는 주인에게 ‘고무 다라이’에 담아 갖다 주었다.
필자와 동갑인 이종한 사장은 “아이고, 우짜겠노? 다른 집도 다 마찬가지인데…”라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의 부인은 화개장터 안에서 ‘장터 우리옷’ 가게를 하는데 역시 개량 한복 등이 모두 물에 젖어 다행히도 한 벌에 1,500원씩에 세탁을 해주겠다는 사람이 있어 가져갔다고 한다.
하프타임 옆의 길가에 위치한 다우찻집의 사모님은 필자를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찻집 안의 다기와 상품 등을 모두 바깥에 내놓은 상태였다. 물론 찻집 안의 기계와 각종 기기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필자는 다우찻집의 이승관 사장 부부와 차를 여러 차례 마시고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화개장터를 찾아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상인들을 위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전에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도 역시 방문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필자가 보았다.
화개장터 안에서 청국장 전문 식당인 대청마루에 들렀다. 손석태(66) 사장님 내외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딸이 엊그제는 주방기기와 집기 등을 모두 들어내 치웠더니, 13일 오늘은 물이 차 누렇게 된 가게안의 벽을 닦는 중이었다.
손 사장님은 “자연재해를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하겠습니까?”라며, “더 심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더 많다”라고 오히려 다른 피해자들을 걱정했다.
화개제다도 침수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며칠 전 들렀는데 마침 홍순창 상무께서 하동읍에 계셔 만나지는 못하고 전화통화만 했다. 홍 상무는 “기계가 모두 물에 잠겼는데, 어쩌겠습니까? ”라고 답하는 말 속에 막막함이 느껴졌다.
화개제다 건너편 도로 아래 양궁장에 침수된 집기와 물건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일단 쓰레기들을 그곳에 모아 어떻게 처리를 할 계획인 것 같았다.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를 보면서 이번 침수피해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집으로 오면서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방향으로 제법 먼 거리에 있는 호모루덴스카페도 1층에 물이 차 집기 등을 모두 밖에 끄집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mass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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