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59) - 화개제다 설립자 홍소술 명인의 92세 생신잔치

차 고장 화개골에 58년에 차를 산업화 시킨 홍소술 명인 92세 생신
코로나19로 몇 사람만 참석해 축하 전통의식인 잔치문화 존속 확인

조해훈1 승인 2021.01.05 16:21 | 최종 수정 2021.01.05 22:33 의견 0

202115. 새해 연휴 끝나고 어제 대부분 시무식을 하고 업무에 들어간 시점이다. 오늘 지리산 화개골에서는 이제는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잔치문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곳임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곳 화개골에 최초로 녹차산업을 시작한 홍소술(92) 차명인의 92세 생신잔치가 열렸다. 그는 화개골에서 1958년부터 차를 산업화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화개제다상호로 차를 만들고 있다. 그는 정부로부터 대나무 숲에서 이슬을 먹고 자란 찻잎을 따서 차를 만든 제조 기능을 인정받았다. 소위 말하는 죽로차(竹露茶)’의 명인이다. 2007년 농림부가 선정한 차 분야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선정된 것이다.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이 홍소술 명인에게 올린 차를 우려내고 있다.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이 홍소술 명인에게 올린 차를 우려내고 있다.

이날 홍소술 명인의 92회 생신잔치는 홍 명인의 장남이자 현 화개제다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홍순창(63) 박사(경제학) 및 기족들과 주변 분들이 함께 마련하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화개골에 계시는 몇 분만 거리두기를 하며 자리를 해 축하했다. 행사는 화개제다 건물 2층에 있는 식당 소연정에서 낮12시에 시작되었다. 홍 명인의 동생으로 여든이 넘은 동생 분도 참석했다.

행사는 김애숙(64) 대렴차문화원장이 오늘의 주인공인 홍소술 명인께 차를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차 명인이니 지역의 대표 차인인 김 원장이 차를 올리는 건 당연하였다. 새해에 어르신께 헌다를 하는 전통의식이다.

인근에 사는 김새아 동편제 전수자가 홍소술 명인의 생신을 축하하며 민요를 부르고 있다.
인근에 사는 김새아 동편제 전수자가 홍소술 명인의 생신을 축하하며 민요를 부르고 있다.

이날 화개제다 앞 남도대교 건너편에 사는 국악인 김새아(동국대 국악과 대학원 재학) 양이 가야금을 연주하고, ‘진도아리랑등 우리의 민요 몇 곡을 불러 홍을 돋웠다. 김 양은 현재 동편제 전수자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동편제 명창 김소현 선생이고, 어머니는 2010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부문에서 장원을 한 명창으로 인간문화재인 박정선 선생이다.

퇴직 후 화개골 진목마을에 들어와 거주하고 있는 최종수(75) 전 해양대 학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다른 걸 다 떠나 지역에서 연 초에 연세 많으신 어르신을 모시고 잔치를 열어 만수무강을 비는 것은 우리의 고유문화 중 하나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차의 본고장인 화개지역에서 차를 본격적으로 산업화시킨 분의 잔치여서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혔다.

홍소술 명인이 건배사를 하고 있다.
홍소술 명인이 건배사를 하고 있다.

필자는 중국 춘추 시대 초()나라의 현인으로 난을 피하여 몽산(蒙山) 남쪽에서 농사를 짓고 살면서, 70세의 나이에도 색동옷을 입고 어린애처럼 장난을 하면서 늙은 부모를 즐겁게 해 주었다고 전해지는 노래자(老萊子)가 생각났다.

홍소술 명인은 건배사에서 화개에서 차를 만들고 여태 먹고 사는 것은 모두 면민들의 덕분이다, “코로나19로 다들 고생하고 있지만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잔치를 마친 후 홍소술 명인(오른쪽)과 필자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잔치를 마친 후 홍소술 명인(오른쪽)과 필자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아흔이 넘은 연세라고 하기에는 너무 건강했다. 핸드폰으로 가까운 지인을 초대하기도 하고, 문자를 확인하기도 했다. 기억력도 대단했다. 그는 제가 아직 정신도 그대로이고 건강하다, “단지 관절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말고는 괜찮다고 말했다.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은 이런 잔치문화가 해마다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화개골은 차와 함께 좋은 풍속 문화가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곳이어서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풀어놨다.

<역사·고전인문학자,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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