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82)친구 집에 간판을 단 기분좋은 날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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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6:04 | 최종 수정 2020.10.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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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 9. 친구 집에 간판을 단 기분좋은 날
나는 흥식에게 우생(雨生)이라는 호를 지어 주었었다.
서예를 멋지게 잘 쓰기보다 못쓰더라라도 나름 다르게 썼다.
비 내리는 모양과 땅에서 솟아나는 새싹 모양으로….
추사체 왕희지체 등과 달리 나름 기획창의하여 만든 서예체인 소락체의 시작출발이며 기원이었다.
이 붓글씨를 가지고 명함을 만들어 준 적이 있다.
드디어 흥식이는“산과 물 사이에 살아요”라는 명함 속 카피를 현실에서 실현했다.
정말로 산과 물 사이에 2층짜리 아름다운 집을 어렵사리 보유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흥식이 집에 놀러 갔는데 내가 만들어준 명함이 문 밖에 풀로 붙여져 있었다.
그 걸 보고 나는 흥식에게 근사한 집 간판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명함에 있는 雨生이라는 한자와 흥식이 집 모양에 어울리는 한자인 집 각(閣)자를 나무판에 인두로 지져 썼다.
오늘 이렇게 현판식을 하니 즐겁고 재밌고 보람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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