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89)쓸데 없지만 따질 만한 뜻놀이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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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5 23:30 | 최종 수정 2021.01.1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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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 16. 쓸데 없지만 따질 만한 뜻놀이
당진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무얼까?
어원에 대해선 하나의 정설이 없기 쉽다.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 당(唐)나라와 교역하던 나루터(津)였기에 당진(唐津)이라는 설이다.
당나라에서 온 국수 뿌리 나귀이기에 당면(唐麵) 당근(唐根) 당(唐)나귀라는데 같은 맥락이다.
둘째, 크고 넓은 땅을 뜻하는 당 나루터라서 당진이라는 설이다.
땅과 당의 발음이 비슷해서 이런 설이 나왔겠다.
그런데 이 두 설은 서로 연결된다.
당(唐)이라는 한자에 크고 넓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당나라를 세운 이연(李淵 566~635)은 이런 뜻으로 나라이름을 당이라 했을 것이다.
크고 넓은 땅에서 유래했을 수 있는 우리말 당도 역시 크고 넓다는 뜻이다.
그런데 당진의 도시 슬로건인‘당찬 당진’에서 당은 크고 넓다는 뜻보다 당차다는 뜻이다.
‘당찬’에서 당은 당돌(唐突)한 당일까?
당당(堂堂)한 당일까?
영어로 쓰인 Energetic Dangjin으로 따진다면 원래의 한자 뜻에서 벗어난 후자이겠다. 그
런데 당돌함도 당당함도 다 에너지가 넘쳐야 가능한 것이니 별개의 뜻은 아니겠다.
당진에 가서 기획창의에 별 쓸데가 없는 뜻놀이만 잔뜩 하고 왔다.
그래도 따질 만한 뜻놀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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