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95)남도 음식을 배불리 먹은 기분

박기철 승인 2020.11.11 10:21 | 최종 수정 2021.01.14 23:31 의견 0
식전과 식후 있는 그대로 찍은 사진
식전과 식후 있는 그대로 찍은 사진

열 – 22. 남도 음식을 배불리 먹은 기분

경상남도도 남도이고 전라남도도 남도이지만 남도 음식하면 전라남도 음식이다.
경상남도에도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왜 전라남도 음식만 남도 음식일까?
언어의 통념적 습관이란 게 요상하다.
그런데 전라남도 중에 더 남쪽에 있는 고흥(高興)에 와서 밥을 먹으니 남도 음식이란 표현이 조금 이해가 된다.
버스 터미널 앞 밥집에서 가장 저렴한 8000원짜리 백반을 시키니 나온 음식이 거의 예술품이다.
고급 음식점에서 어느 셰프의 기획창의력을 능가하는 밥집 주방장의 진심진정력이 느껴진다.

 

십사첩반상(十四貼飯床)의 모양부터 정갈하다.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맛이 좋아서 밥 한 그릇 더 시켜 뚝딱 먹으니 그릇들이 다 비었다.
배불리 잘 먹고 나니 비움의 미학을 실현한 예술가가 된 기분이다.
반대로 하면 채움의 미학이다.
노자 도덕경 제3장에 나온 허기심 실기복(虛其心 實其腹)이라는, 폼나는 공허한 근사한 통념을 뒤틀며-비틀어버리는 통쾌한 선언대로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웠다.
배부른 돼지가 되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는 근사한 말도 저기 내던져 버렸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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