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94)내 삶의 터전에 걸려고 만든 현판

박기철 승인 2020.11.10 22:11 | 최종 수정 2021.01.14 23:30 의견 0
연구실 복도에 잠시 세운 현판
연구실 복도에 잠시 세운 현판

열 – 21. 내 삶의 터전에 걸려고 만든 현판

나는 성이 박이다.
한자로 朴인데 간체자다.
본체자는 樸이다.
왼쪽 나무 木은 뜻을 나타내는 부수이며 오른 쪽 菐은 번거러울 복(菐)인데 정말로 쓰기가 번거롭기에 간단하게 점칠 복(卜)으로 쓴다.
이 卜은 글자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음만 나타낸다.
복이 박이라는 비슷한 발음으로 바뀌었다.
육서(六書)로 따지자면 형성문자로 통나무 박(樸)이다.

통나무는 꾸밈이 없다.
순박하며 소박한 박(樸)이다.
내 호인 소락(素樂)과 딱 어울리는 성이다.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의 집을 뜻하는 한자로 당(堂) 각(閣) 택(宅) 재(齋) 등이 많지만 가(家)를 선택했다.
울엄마께서 태몽으로 돼지꿈을 꾸셨고, 내가 애기 때 뭐든지 꿀떡꿀떡 잘 먹어 돼지라고 부르셨단다.
복을 뜻하는 돼지라 돼지 저금통에 돈을 모으고 고사 때는 돼지머리를 올린다.
그런 돼지(豕) 한 마리가 어느 지붕 아래서 살기에 집 가(家)다.
이렇게 박가라고 이름붙인 현판은 나름 의미를 가지고 기획창의한 것이다.
나중에 터전이 마련되면 정식으로 밖에 떡하니 걸려고 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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