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90)즐거울 수만은 없는 안식처 답사

박기철 승인 2020.11.06 23:15 | 최종 수정 2021.01.14 23:27 의견 0
삼남매 옆에서 안식처를 가리키는 아버지
삼남매 옆에서 안식처를 가리키는 아버지

열 – 17. 즐거울 수만은 없는 안식처 답사

아버지를 모신 삼남매가 매형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망우리 공동묘지를 간 후 경기도 광주(廣州)에 있는 납골공원을 갔다.
아버지 어머니가 함께 안장(安葬)될 장소를 답사한 것이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돌보시느라 분주한 아버지는 아직도 목소리가 쩌렁쩌렁하시다.
오늘은 나한테 언제 소설을 쓸 것인지 물으셨다.
후년 즈음이 될 것이며 지금 기획창의 중이라고 말씀드렸다.

77세 희수(喜壽) 때 그토록 즐기시던 술과 담배를 끊으시며 80세 산수(傘壽)를 거뜬히 넘기셨다.
앞으로 88세 미수(米壽)를 넘고 90세 졸수(卒壽) 후 구순잔치를 향유하실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99세 백수(白壽)와 100세 천수(天壽)까지는 천운이 따라야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쉴 안식처를 자식들과 같이 와서 기분이 좋으시단다.
우리 삼남매는 겉으로 말을 안 했지만 썩 즐거울 기분은 아니다.
속으로는 천붕(天崩)의 그 날이 오기 전에 슬픔을 예행연습한 듯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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