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83)예사롭지 않은 아무 것도 없음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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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5:58 | 최종 수정 2020.10.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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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 10. 예사롭지 않은 아무 것도 없음
잠실역 환승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대진대학교 정문에서 내렸다.
건물까지 2km 넘게 가야 한단다.
아마 정문에서 학교 건물까지 가장 먼 대학이겠다.
교내 버스를 타고 중문을 지나 종점에 내렸다.
왕방산 아래 자리잡은 광활한 캠퍼스는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대순진리회(大巡眞理會)가 세운 대학다웠다.
돌에 적힌 해원상생(解寃相生)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황소상 아래 성실 경건 신념이라는 교훈도 왠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가장 예사롭지 않은 건 아무 것도 적히거나 그려지지 않은 돌탑이다.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뭔가를 넣는 인간의 뻔한 욕심을 자제하고 그냥 있는 돌 그대로 세웠다.
멋지고 훌륭하다.
나한테는 수준높은 기획창의에 의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어느 정도 가늠할 듯싶다.
다만 여기서 뭐라 말할 수 없다.
설령 별 생각없이 그냥 돌을 세웠더라도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는 사실이 남다르고 색다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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