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10)이제는 익숙해진 음악적 관습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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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6 01:22 | 최종 수정 2021.02.06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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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음계 안에서 도가 제일 처음에 있다. 피타고라스도 지금의 도에 해당하는 음으로부터 12음계를 창안했다. 그렇다면 도레미파솔라시는 ABCDEFG라고 해야 맞을 것같다. 그러면 헷갈릴 일도 없고 쉬울 것 같다. 그런데 왜 도레미파솔라시는 CDEFGAB가 되었을까? 왜 첫 번째 도가 A가 아니라 C가 되었을까? 대신에 왜 여섯 번째 라가 A가 되었을까?
여러 설들이 있다. ①피아노 건반에서 가장 낮은 건반의 라 음이라서 ②오케스트라 여러 악기들이 다 내기 쉬운 라 음이라 조율하기 좋아서 ③조표가 안 붙는 A 단음계(라시도레미파솔라)의 첫 번째 라 음이라서 ④국제표준 기준음으로 440kz의 라 음을 정해서 ⑤고대 그리스에서 음들의 체계를 잡을 때 가장 낮은 라 음이라서.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가장 오래된 ⑤가 정답에 가깝겠다. 이후 음악적 관습(convention)과 세계적 규약(protocal)에 따라 라가 A로 정해진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다. 만일 어떤 사정으로 인해 12음계 안의 어떤 반음이 A가 되었다면 더욱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랬어도 어떤 표준이 정해진다면 인간은 또 거기에 맞출 것이다. 라가 A인 것에 아주 잘 맞추며 살고 있는 것처럼… 인간은 관습에 따른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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