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11) 음악의 할아버지가 되는 음악가

박기철 승인 2021.02.06 21:14 | 최종 수정 2021.02.06 21:42 의견 0
음들의 수직적 조화와 수평적 진행이 시각화된 악보
음들의 수직적 조화와 수평적 진행이 시각화된 악보

피타고라스가 12음계를 체계화 한 이후로 음악사에서 일어난 가장 혁명적 사건을 딱 하나 꼽자면? 시각화된 악보(visualized score)의 발명과 사용이다. 그 장본인은 계이름을 만들기도 했던 다레쪼(Guido d'Arezzo 991~1033)다. 악보를 보면 음의 높낮이나 길이, 쉼의 길이, 박자, 반음 표기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국악에도 음악언어(musical language)인 악보를 기록하는 기보법이 있지만 이처럼 시각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전통국악은 선율에 머물며 화음의 세계까지 나가지 못했다. 반면에 서양 음악은 시각화된 악보를 통해 음들 간의 화음 및 진행이 한 눈에 보이므로 복잡한 음악을 작곡하며 연주할 수 있었다. 음악의 할아버지일 다레초의 악보가 없었다면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의 악곡도 없었고 재즈도 없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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