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리학에서 이론적으로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시간여행의 통로가 될 수 있는 웜홀은 음의 질량을 가진 가상의 이상물질(exotic)이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 이게 충족되더라도, 스티븐 호킹에 의하면, 양자요동(quantum fluctuation)에 의해 웜홀은 생기자마자 파괴된다. 시간여행을 가능케 해줄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호킹은 타계하기 전 먼 미래에 시간여행 가능성을 예언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로의 여행이 그렇다는 것일 뿐 과거로의 여행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주창한 시간순서보호가설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타임머신이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밝히는 논문이 발표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미국 매사추세츠대학(다트무스) 물리학과 박사과정 학생인 캐롤라인 멀라리(Caroline Mallary)이다. 그의 논문은 저널 고전&양자중력(Classical and Quantum Gravity) 최신호에 실렸다.
멀라리의 지도 교수인 가우라브 칸나(Gaurav Khanna) 교수는 논문에서 제안한 새로운 시간여행 모델을 해설하는 에세이를 비영리 국제대안언론인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최근 게재했다. 이 모델은 이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더라도 타임머신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학계는 물론 일반인의 주목을 받는다.
다음은 칸나 교수의 ‘시간 여행은 가능하다. 당신이 무한한 질량을 가진 물체를 갖고 있다면(Time travel is possible – but only if you have an object with infinite mass)’이라는 제목의 에세이 전문이다.
시간여행이란 개념은 물리학자와 일반인 모두의 상상력을 오랫동안 자극해왔다. 하지만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현재 우리도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지금도 일초씩 미래로 여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건 이런 것이 아닐 것이다. 더 먼 미래로 우리는 여행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여행하거나 블랙홀의 근처에서 지낸다면 시간은 천천히 흐르게 되어 임의의 미래로 여행할 수 있게 된다. 정말 관심이 되는 질문은 우리가 과연 과거로 여행할 수 있는가이다.
나는 매사추세츠대학교 다트무스의 물리학과 교수이다. 나는 7살일 때 1980년대의 명작 칼 세이건의 TV 시리즈 ‘코스모스’에서 시간여행이란 개념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이 기막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뿌리가 되는 이론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리라 마음먹었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서다. 20년 후 나는 그 분야의 박사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그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다.
이번에 나의 박사과정 학생 중 하나가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 저널에 굉장히 간단한 구조의 타임머신을 만드는 방법을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을 상당한 정도로 구부려서 심지어 스스로를 감싸서 타임루프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당신이 이 타임루프를 여행한다고 가정하자. 어느 순간 당신은 과거로 돌아와서 같은 순간들을 다시 겪게 될 것이다.
이것은 데자뷰(deja vu, 과거에 이미 본 느낌이나 환상)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라면 당신은 이를 인지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학자들은 흔히 ‘닫힌 시간 곡선’(CTC: Closed time-like curves)이라고 부르고 일반인들은 ‘타임머신’이라고 부른다. 타임머신은 시간보다 빠른 여행을 하는 방법에 대한 부산물이고 이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우주에 대한 이해도 도울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킵 손(Kip Thorne),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같은 저명한 물리학자들은 타임머신과 관련된 중대한 연구들을 했다.
손과 호킹의 연구를 포함하여 지난 연구들에서 도출된 일반적인 결론은 자연이 타임루프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호킹의 시간순서보호가설(Chronology Protection Conjecture)1에서 잘 설명됐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연은 과거에 수정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시간여행이 가능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역설(패러독스)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이런 역설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할아버지 역설’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시간여행자가 과거로 여행하여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였다는 가정 아래 일어나는 역설이다. 이것은 역사를 바꾸어 모순을 만들게 된다 : 여행자는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역설에 기반하여 많은 영화들과 소설들이 만들어졌다. 아마 이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백 투더 퓨쳐’(Back to the Future, 1985)와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일 것이다.
세부 사항들에 의해 다르겠지만 현실의 물리계에 닫힌 시간 곡선이 생기지 못하게 하는 여러 개의 물리적 현상들이 있을 수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타임루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이상물질’(Exotic matter)이 필요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상물질은 음의 질량을 가진 물질이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한 음의 질량을 가진 물질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박사과정 학생인 캐롤라인 멀라리는 Classical & Quantum Gravity 저널에 새로운 타임머신 모델을 제시했다. 이 새로운 모델은 음의 질량을 가진 이상물질을 필요로 하지 않고 굉장히 간단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멀라리의 모델에서는 굉장히 길지만 음의 질량이 아니라 양의 질량으로 만들어진 자동차 두 대가 평행하게 주차돼 있다. 하나의 차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반면 다른 차는 주차한 상태로 움직이지 않는다. 멀라리는 이 경우 차와 차 사이에서 타임루프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다.
위 동영상은 멀라리의 타임루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애니메이션이다. 우주선이 타임 루프를 진입함에 따라 우주선의 미래 역시 나타나고 그 후 바뀌는 위치들을 모두 추적할 수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우주선이 타임루프에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것을 보는 외부 관측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여기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맞았다. 멀라리의 모델에서 두 자동차의 중심에 각각 무한한 질량이 존재해야 한다. 이는 ‘특이점’(Singularity)라고 불리는 무한한 질량과 온도와 압력을 가진 물체를 두 자동차가 싣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블랙홀 안에 존재해서 전혀 접근할 수 없는 특이점과 달리 멀라리의 특이점은 완전히 외부에 존재하고 관측할 수 있어서 실제로 물리적인 효과들을 가지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이런 요상한 물체들이 자연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안타깝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시간여행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 물리학자들은 왜 닫힌 시간 곡선이 불가능한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1) 호킹은 자신의 저서에서 ‘역사 보호 기관’ 같은 것이 존재하여 닫힌 시간 곡선이 나타나는 것을 단속하여 우주를 역사가들에게 안전한 장소로 만들어준다고 표현했다.
#출처 :♠The conversation : Time travel is possible – but only if you have an object with infinite mass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 : Closed Timelike Curves and "Effective" Superluminal Travel with Naked Line Singularities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번역 도움 : 권기현·일본 도호쿠대학 화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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