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95) 만남의 환갑을 맞이하기도 한 올해

소락 승인 2021.04.16 13:59 | 최종 수정 2021.04.20 09:24 의견 0
2016년 지인의 결혼식에서
2016년 지인의 결혼식에서 엄마, 아버지.

울 엄마와 아버지 모두 올해 탄생 이후 팔순이지만 두 분이 만난 햇수로 치자면 환갑을 맞이하신 듯하다. 두 분 모두 풋풋한 고등학교 3학년인 1956년 병신(丙申)년에 만나서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가 60년 한 바퀴 돌아 2016년 병신(丙申)년을 맞았으니 환갑(還甲)이다.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회혼식은 아직 아니지만 두 분이 같이 사신 것은 60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두 분은 잉꼬부부는 아니셨다. 엄마는 아버지와 살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물질적 고생보다도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고 괴롭힌 나머지 정신적 고생이 크셨다. 우리 자식들도 그 고생을 잘 안다. 그래서 울 엄마는 내가 엄마에 관한 글을 써서 책으로 낸다고 했을 때 노발대발하셨다. 내가 그렇게 한다면 가출하시겠다고까지 엄청난 엄포를 놓으셨다. 그리 떠올리고 싶은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 반대 이유를 설명하셨다. 그러니 이 글을 지금 쓰는 것도 엄마의 뜻을 거슬려 하는 청개구리 짓이다.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자식이 기꺼이 쓰겠다는데 어찌 막으실 것인가?

그렇게 반대하는 이유의 근본은 아버지에게 있다.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한 60년 삶이 그리 좋지 못하다고 여기고 계신다. 그래도 자식이 보기에 울 엄마와 아버지가 같이 한 60년 인생은 평탄했다. 비록 아버지가 술 때문에 엄마를 괴롭혔지만 아버지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하디 진하다. 특히 술을 끊으시고 아버지는 엄마를 거의 모시면서 사신다. 엄마의 순한 종이 되신 것이다. 가끔 말싸움을 하시지만 두 분 모두 뒤끝이 하나도 없으시기에 5분도 안 되어 금방 풀어진다. 지인의 결혼식에 나도 따라가서 찍은 울엄마와 아버지 사진을 보면 60년 해로의 삶이 진하게 느껴진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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