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90) - 수술 직후 아버지를 위로하는 엄마

소락 승인 2021.04.12 14:02 | 최종 수정 2021.04.12 14:08 의견 0
수술 후 아버지를 위로하시는 울엄마
수술 받은 아버지를 위로하시는 울 엄마

아버지는 건강하셨다. 내가 대학 다닐 적에 디스크 때문에 한달 간 입원한 적이 있었어도 아버지는 한 번도 입원이란 것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지독하게 술을 드셨어도 건강하신 것은 참으로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런 아버지가 여든을 바로 눈앞에 두고 병이 나셨다. 전립선에 암이 발견된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수술을 하셨다. 엄마는 아버지가 수술을 마치고 누우신 아버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엄마가 아버지에게 그렇게 다정하게 말씀하신 목소리와 모습을 처음 보았다. “아, 내 영감 아파? 이제 나면 더 건강해져 여보!”그러면서 어린 아이 어루만지듯 아버지 이마를 쓰다듬어 주셨다. 엄마가 아버지를 미워하실 때도 많았지만 이 때 만큼은 엄마의 애뜻한 사랑이 듬뿍 담긴 말과 행동이었으리라. 그러한 사랑의 따뜻한 기운은 아버지에게 온전히 전달되었으리라!

옆에서 이 장면을 보고 들은 나와 누나는 거의 울 뻔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나는 아버지가 아파서 누워 있는 모습을 난생 처음 보았다. 술을 그렇게 사납게 드셨어도 늘 건강하신 아버지였다. 원래 건강하셨던 아버지는 정말로 은혜롭게도 쾌유하셨다. 이후 1년이 안 되서 아버지는 패혈증(敗血症)에 걸려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한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또 쾌유하셨다. 그렇게 두 번이나 크게 아프신 적이 있는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에 관한 생각을 크게 바꾸게 했다. “아버지도 아프시는구나!”

그 이후 나는 아버지한테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드린다. 그렇게 해서 전화로라도 아버지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버지가 내 전화인 줄 알고 “기철이냐!”라고 말하시는 아버지의 밝고 힘찬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아버지! 부디부디 마음편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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