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87) - 은혜를 잊지 않고 사시는 엄마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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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19:13 | 최종 수정 2021.04.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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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신혼 시절에 행당동 한양대 앞에 사셨었다. 정말로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동네에 오남매를 키우며 식당을 하시는 아주머니가 사셨다. 식당 이름은 고향식당으로 기억된다. 사는 형편이 비슷비슷해도 엄마보다는 아주 조금 더 나았다고 한다. 그 당시 수돗물 사정이 좋지 않고 집에 펌프가 있을 때인데 엄마가 물 때문에 고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식당 아주머니가 엄마한테 자기네 물을 길어다 먹으라고 하였단다. 그래서 엄마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동안 물을 길어다 먹었단다. 엄마는 그 때 받았던 은혜를 잊지 않고 계신다.
마침 내가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 경상남도 남해군에서 목사님으로 봉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아들은 나 어릴 적 동네 형뻘 되었다. 결국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남해로 가셨다. 나도 따라갔다. 그리고 물을 길러다 먹도록 은혜를 베풀어 준 아주머니를 만났다. 50여년 만의 재회였다. 두 분은 타임머신을 타고 20대 그 시절로 돌아가신 듯하며 서로 너무 기쁘고 반가워 하셨다.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나도 덩달아 너무 기뻤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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