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84) - 엄마 아버지의 작품인 내 연구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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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16:17 | 최종 수정 2021.04.0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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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구실에 사람들이 들어오면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낀다. 식물이 그리 많지 않아도 무슨 숲에 온 것 같다고 한다. 좋은 냄새도 난다고 한다. 아늑한 정원 같단다. 인테리어를 내가 했냐고 하지만 사실 나는 하나도 한 것이 없다. 내 연구실은 전적으로 엄마와 아버지의 작품이다. 엄마가 머리로 기획 설계하고 아버지가 몸으로 제작 시공하셨다.
엄마와 아버지는 내가 2004년에 교수가 되며 10평 넓이의 연구실을 배정받자 연구실 전체는 물론 부분부분 구석구석까지 가꾸며 꾸미셨다. 엄마의 손길에서는 장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아직도 살고 있는 고무나무 및 인디언배리 화분 두 개와 함께 생명력이 긴 대나무와 스킨배리, 선인장 화분도 놓으셨다. 그리고 구포시장 근처의 목재소까지 직접 가셔서 30여만 원어치의 목재를 사다가 아래로부터 쌓아 조립식 책장도 만드셨다. 그 책장은 12년이 지나도 아직 나무 냄새가 난다. 매년 한번씩 오시며 리뉴얼 공사까지 해주셨다.
지금은 허리가 아프셔서 못오시지만 엄마는 늘 내게 당부하신다. 연구실 좀 깨끗이 청소하며 살라고… 만일 엄마가 기습적으로 오시면 야단맞을 것 같다. 엄마의 기대에 완전히 부응을 못하겠지만 간간이 치우고 산다. 이래저래 나는 참으로 부모 복이 많은 놈이다. 그 덕에 이렇게 살고 있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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