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88) - 손녀의 연주회장에서 만난 사돈

소락 승인 2021.04.10 13:20 | 최종 수정 2021.04.12 09:34 의견 0
연주회에서 아버지 엄마 주리 장모님
딸 주리의 연주회에서 아버지, 엄마, 주리. 장모님

내 딸 주리는 성악을 전공한 소프라노다.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하고 이대에서 석사학위도 받았다.

주리가 음악을 전공하게 되었을 때 엄마는 매우 기뻐했다. 엄마도 어릴 적에 음악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손녀가 그 꿈을 대신 이루어 주어 기쁘다고 했다. 장모님은 주리와의 정이 애뜻하다. 주리가 아주 어릴 때, 내 아내가 은행을 다닐 때 외손녀인 주리를 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울엄마와 장모님은 손녀의 연주회에서 가끔 만나신다. 두 분은 서로 동갑내기 사돈이시다. 사돈(査頓)이란 말은 한자 뜻과는 상관없이 몽골군이 침입한 이후 고려의 왕족들과 혼인관계를 맺을 때 우리를 사돈의 나라라고 한데서 유래한 듯하다.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는데 그만큼 사돈은 서로 어려운 관계라는 뜻일 게다. 그래서인지 장모님과 울엄마는 아주 가끔 이렇게 만나시면 조금 어려우실 게다.

그러면서도 동년배이시고 역시 동년배 자식들을 서로 결혼시킨 관계이며 똑같이 3남매를 두셨기에 서로 공감대가 있을 듯하다. 몇 년 전 엄마는 장모님께 두툼한 금팔찌를 선물로 드렸었다. 사돈을 향한 엄마의 애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膳物)이었을 것이다. 두 분이 만나는 모습을 가까이서 뵈면 나한테도 그 애뜻함이 전해져온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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