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82) - 엄마 덕분에 할 수 있었던 공부

소락 승인 2021.04.05 14:02 | 최종 수정 2021.04.05 14:07 의견 0
엄마 아버지 덕분에 받은 박사학위
엄마 아버지 덕분에 받은 박사학위

주빈이가 뉴질랜드로 떠난 직후인 2002년 2월에 나는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에 입학해 4년 동안 박사공부를 하던 시절은 암울한 시기였다.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기에 들어왔지만 교수가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도 어찌 잘 되겠지라는 낙관적 마음으로 시작했다. 건국대를 선택한 이유는 집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이었다.

박사 과정을 시작한 이후로 나의 어렵고 힘든 삼중생할이 시작되었다. 학기당 9학점의 수업을 듣고 이 대학 저 대학 다니며 강의도 하며 작은 광고회사도 다녔다. 학생-강사-직원, 이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플레이어의 삶은 고달팠다. 어떨 때는 얼마나 바빴는지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준비하느라 잠도 못자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밤을 새며 새벽 동이 틀 무렵 일을 마치면 잠깐 바닥에 그냥 누워 1시간 정도 쪽잠을 자면서 지내는 날이 연속되었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가 죽겠구나 싶었다. 가히 살인적 바쁨이었다. 과로로 인한 사망이란 것이 그 때 실감이 나며 이해가 되었다. 나는 지금 무슨 바쁜 일이라고 생길라치면 그 당시의 바쁨과 비교하며 지금의 바쁨은 바쁨도 아니라고 하면서 힘을 얻는다.

그래도 끝내 버티며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엄마 덕분이었다. 엄마의 힘이 컸다. 엄마가 경제적으로 심정적으로 다 큰 아들을 지원주지 않았다면 나는 학업에만 전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직장생활만 할 수도 없는 아주 애매한 상황에서 결국 박사 공부를 시작할 엄두조차 못냈을 것이다.

또한 시작했었더라도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더라도 정말 그 당시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도 이런 말씀을 엄마한테 드린다. 이 부족한 청개구리같은 아들은 아직도 엄마 복으로 산다고.

<소락>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