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97) - 울엄마 아버지의 일상적 풍경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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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9 15:51 | 최종 수정 2021.04.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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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울 엄마 이야기를 쓰면서 꼭 넣고 싶은 사진이 있었다. 아버지가 엄마 발 맛사지를 해주는 장면이다. 아버지는 이미 이십여년 전부터 엄마에게 발 맛사지를 해주신다. 발 맛사지를 해주는 시간은 주로 TV를 보실 때다.
이러한 발 맛사지는 두 분 모두의 건강에 아주 좋다. 엄마는 몸의 모든 혈기가 모여 있다는 발을 자극받아서 좋고 아버지는 두 손을 힘주어서 움직이니 역시 좋다. 특히 아버지는 손으로 쥐는 악력(握力)이 매우 강하신데 이는 엄마한테 늘 발 맛사지를 해준 덕택인 것같다. 신체건강 뿐 만이 아니라 노부부의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그래서 그 장면을 담으려고 일부러 엄마네 집을 갔다. 바로 이틀 전 사진 찍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내가 엄마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을 반대하시는 상황이라 엄마가 사진 찍히는 것을 극구 반대하시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단 후퇴하고 이틀 지난 후 다시 기회를 엿보았다.
마침 TV에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공상과학영화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을 하고 있었다. 우선 사진을 찍기 전에 아버지한테 이러저러 하시라고 당부를 드리며 암중모의를 했다. 그러고 난 후 기습적으로 바로 앞에서 가까이 찍으려는데 엄마가 화를 벌컥 내시면서 아버지가 맛사지하는 엄마의 발을 금방 화들짝 내뺐다. 결국 할 수 없이 저 멀리 물러나서 핸드폰 보는 척 하다가 겨우 한 컷을 어렵게 건질 수 있었다. 힘들다.
그런데 사진에 엄마가 나오면 야단맞을 것같아서 엄마가 나온 부분은 잘라서 이렇게 사진을 넣을 수 있었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엄마 나온 장면을 잘랐다. 엄마한테 또 청개구리 같은 짓을 한 것이다. 그래도 이 결정적 컷을 담았기에 다행이다. 이제 이렇게 속으로 기도를 드린다. 아버지, 어머니! 늘 이렇게 발 맛사지를 해주시고 받으면서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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