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 (99) - 늘 꾸미고 가꾸시는 미감

소락 승인 2021.04.21 17:31 | 최종 수정 2021.04.23 10:17 의견 0
1~2층 구석 실내디자인 작품
울 엄마의 1~2층 구석 실내디자인 작품

엄마는 3층짜리 작은 다가구주택 건물에 사신다. 엄마가 사는 곳은 3층이다. 엄마는 집 주인으로서 계단을 올라가는 곳을 엄마의 인테리어 디자인 전시장으로 만드셨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될 곳을 엄마는 아름답게 치장하셨다. 엄마 만 보기 좋으라고 한 것은 아니다. 이 계단을 늘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려고 엄마는 꾸미고 가꾸셨다.

그런데 엄마의 작품은 늘 미완성이다. 지금 이렇게 해놓으셨는데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엄마의 머릿속으로 이렇게 하면 더 좋겠지 하고 생각이 나면 엄마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신다. 이 때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다. 지금 내 연구실도 10여 년 전 엄마와 아버지가 해주신 인테리어 디자인 작품이다. 아버지는 엄마의 지시를 충실히 받들어 모시는 편이다. 몸 편안히 가만히 있지 왜 또 옮기라 마라 하느냐고 엄마에게 짜증을 내시기도 하지만 결국은 엄마의 지시를 받들어 잘 이행하신다.

엄마의 미적 감각인 미감 의지와 미적충동인 미성을 어찌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엄마의 말대로 하면 참 보기 좋으니 아버지로서도 힘이 드시지만 엄마의 말을 잘 따르신다. 엄마의 머릿속 구상과 아버지의 팔다리 노동으로 이루어지는 이 작품들을 볼 때마다 기분은 좋다. 그런데 지금 작품 만으로도 보기좋고 아름답기에 이제는 아버지의 말씀대로 고되게 힘쓰지 말며 편안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엄마의 미적 충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독일의 시인이자 미학자인 쉴러(Friedrich Schiller, 1759~1805)는 이러한 미적 충동이 인간의 감성과 이성을 아우르는 유희 충동이라고 했다. 그의 생각과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데 나는 이 유희 충동을 미성(美性)이라고 부른다. 사전에도 없는 단어인 미성은 내가 만든 조어다. 인간이 내면적으로 지니고 있는 미적 본성인 미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며 인류 문화와 문명을 이루게 한 기본 소질이었다. 엄마의 미적 충동인 타고나신 미성이 건재한 이상 엄마는 또 무언가 작품을 구상하며 제작하실 줄로 안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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