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윤 대통령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없다.
둘째, 김건희 특검법으로 ‘김건희 명품 백 수수 의혹’을 수사할 수 있을까? 있다.
「하루 선을 행할지라도, 복은 비록 이르지 아니하나 화는 스스로 멀어진다. 하루 악을 행할지라도, 화는 비록 이르지 아니하나 복은 스스로 멀어진다. 선을 행하는 사람은 봄 동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나는 것이 보이지 않으나 날로 더하는 바가 있다. 악을 행하는 사람은 칼을 가는 숫돌과 같아서, 갈리어서 닳아 없어지는 것이 보이지 않으나 날로 이지러지는 바가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제9장-
필자는 법에 문외한이다. 평범한 일개 민주시민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든 학문과 기예와 마찬가지로 법 또한 전공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어떤 지식에 대한 ‘특허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어떤 학문에서든 기예에서든 법에서든 해박하진 못하더라도 필요한 만큼의 해당 지식은 얻어 낼 수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내용을 알고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려가 많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말짱 도로아미타불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쌍특검법안’이 통과된 지 10여분 만에 이도훈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우려는 ‘하늘이 무너질까 봐 걱정하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떳떳하면 사정기관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졌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 제가 대검중수부 과장할 때,10년 11년 전에 했던 그 사건(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무슨 고발사주까지 끼어 넣어서 하자고 그래서 저는 하라고 그랬습니다. 왜냐? 걸릴 게 없으니까. 근데 이 사람들 왜 안 합니까.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못하는 겁니다.”
2021년 12월 30일,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이 한 발언이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 발언의 동영상을 안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발언 때문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식언을 밥 먹는 듯하고, 더구나 자신이 한 말 자체도 기억하지 못하는 위인에게 기대할 일은 아니다.
어쨌건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 왜냐? 변호사이기도 한 김용민 의원은 말한다.(유튜브<정치일학> )
“판사들이 재판을 할 때 모든 사건을 다 재판할 수 없어요. 재판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바로 자기 또는 자기 친족과 관련된 사건은 재판을 못해요. 그래서 제척, 기피, 회피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건은 공정한 재판을 못한다, 예를 들어 자기 사건을 자기가 재판하면 얼마나 불공정하게 재판하겠어요. 그러니까 그 때는 재판 못한다, 다른 사람이 재판해, 이렇게 못하게 만든 겁니다.
똑같습니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대통령과 혹은 그 가족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법률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가 제한되는 게 헌법상 너무나 당연한 한계입니다. 그런데 이 한계를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하면, 헌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대통령이 이 사안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순간, 헌법 위반으로 탄핵시켜야 된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거부권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헌법의 내재적 한계는 명징하다. 법 문외한의 무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오해의 소지가 없다.
대통령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할 수 있다(헌법 제65조). 물론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가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 결정 이래로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 외에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을 요한다고 판시해 오면서, (……)
즉,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하는 것으로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욱 선임헌법연구관/‘대통령은 어떤 사유로 탄핵되는가’/법률신문/2019.10.28.-
대한민국 정체성의 두 축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질서를 해치는 중대 범죄이다. 미국은 ‘주가조작=패가망신, 죽어야 감옥에서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이 들 정도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자신의 배우자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의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특검법까지 통과시켰다. 국민도 70% 정도가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데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무엇을 위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윤 대통령도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법률가이므로 안다, 헌법 위반임을. 국민의힘 율사들도 안다. 법률가들이 알면서도 대놓고 위법을 저지르겠다고? 검사일 때 ‘선택적 정의’를 무한 실현하여 톡톡히 재미를 보아 ‘지금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지금 여기’까지일 뿐이다. 그들은 이제 검사도 아니다. 국민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상대해야 할 기자들도, 흘려주는 대로 입맛에 맞게 써주는 법조출입 기자들이 아니다. 훨씬 더 까다로운 정치부 기자들이다.
윤 대통령의 ‘무뇌적’(無腦的) 저돌성을 감안하면, 용감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모르는 게 있다. 이 세상에서 ‘평등의식’이 가장 강한 국민이 바로 대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대한국인은 ‘대통령 배우자의 특혜’ 따위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지 까짓 게 뭔데!’ 따라서 윤 대통령은 필패한다. 앞길은 외길이다. 탄핵으로 가는 길! 이건 정쟁이나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김건희 특검법’으로 양평고속도로 의혹이나 명품 백 수수 의혹까지 수사할 수 있다. 한동훈 전 법무장관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관련사건’의 범위를 엄청나게 넓혀놓은 덕분이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다. ‘한동훈(검찰)의 자승자박’, 이어서 살펴보자. <계속>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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