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지지난주엔 다중우주의 하나인 반우주를 소개해주셨는데, 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 오늘은 선진문명의 궁극적인 에너지원인 ‘블랙홀 발전소’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Q2. ‘블랙홀 발전소’라고요? 미래 에너지원으로 ‘핵융합 발전소’는 들어봤으나 블랙홀 발전소는 처음 듣습니다. 우선 개요부터 설명해주시죠?
--> 지금 소개드리는 것은 실용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물리학, 천문학, 그리고 우주론의 이론적 연구에서 도출된 것이며, 실용화 관점보다 상상력의 관점에서 관심을 기울일 만한 내용임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먼저 소개할 내용의 출전을 밝히면, 미국 하버드 대학의 아비 로브(Avi Loeb)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선진문명이 ‘블랙홀 위성’을 이용하여 고향 행성에 무한히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로엡 교수는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CfA)의 이론 및 계산 연구소 소장, 블랙홀 이니셔티브(BHI)의 창립 이사, 갈릴레오 프로젝트의 책임자입니다.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외계 기술 문명(ETCs)’의 기술적 서명(technological signatures)을 탐색하는 계획입니다. 그의 논문 "Illumination of a Planet by a Black Hole Moon as a Technological Signature"는 최근 미국천문학회(RNAAS)의 연구 노트에 실렸다. 블랙홀 위성(달)이 외계문명의 존재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Q3. 블랙홀 발전소라는 게 ‘허황된 공상’의 산물이 아니라 전문가의 논문으로 소개된 것이군요. 논문 제목에 ‘블랙홀 문’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게 뭔지부터 소개해주시죠.
--> 우리 지구의 위성을 달(Moon)이라고 부르죠. 근데 극도로 발전된 외계문명이 있다면 그들은 고향 행성의 블랙홀 달을 만들어 무한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겁니다.
Q4. 발전된 외계인의 행성이 블랙홀 달을 위성으로 거느리고 있다는 말이군요. 근데, 이 블랙홀 문은 어느 정도의 크기인가요? 자칫 행성이 블랙홀 달에 빨려들어가지 않을까요?
--> 로엡 교수는 아주 발전된 선진문명이라는 행성의 위성으로 블랙홀을 인공적으로 설계해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 블랙홀은 질량이 10만t(10의 8승kg, 대형항공모함 정도의 질량)(달의 질량 7*10의 22승 kg, 지구 질량의 1/81)에 불과하지만 초당 4000조 와트의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는 전 세계 소비 전력량의 1만 배에 해당합니다.
Q5. 10만톤 정도의 미니블랙홀이 어떻게 이처럼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말이죠? 물리적 원리가 뭔가요?
--> 그 원리는 그 유명한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인데요, 스티븐 호킹이 1974년 발표한 이론으로,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 가상의 입자쌍이 생성되어 그 중 하나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탈출하면서 블랙홀이 열복사(광자, 중성미자, 그리고 더 큰 입자)를 방출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발전의 에너지로 쓰는 석탄, 핵연료, 태양광 등은 모두 열을 내는 원료이고, 그 열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블랙홀의 경우 호킹복사에 의해 저절로 나오는 열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Q6. 블랙홀이 호킹복사에 의해 방출하는 열을 이용해 발전을 한다는 것이군요. 고도로 발전된 문명이라고 했으니 발전에 필요한 기술적인 문제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고, 근데 이게 무한한 에너지라고 했는데, 이게 영원히 사용가능한가요?
--> 블랙홀 문을 영원한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서는 단서가 하나 필요하다고 로엡 교수도 지적했습니다. 초당 2.2kg의 물질을 블랙홀에 집어넣어줘야 한다고요. 이건 왜냐하면 이론적으로 이렇습니다. 스티븐 호킹의 호킹복사 이론에 의하면 호킹복사의 온도는 블랙홀의 질량에 반비례하는데, 이는 곧 블랙홀이 작을수록 더 많은 복사를 방출하고, 블랙홀이 클수록 복사량이 작아진다는 말입니다. 블랙홀 문처럼 작은 질량의 블랙홀은 가만히 두면 호킹복사로 인해 1년 혹은 1년반쯤이면 모두 증발되어 블랙홀이 사라집니다. 이렇게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질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초당 2.2kg의 물질을 공급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Q7. 블랙홀 발전소를 유지하는 연료가 초당 2.2kg의 물질인 셈이네요. 이것도 1년 전체의 양으로 보면, 금방 계산은 안 되는데, 큰 양이 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떤가요?
--> 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1년에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등 폐기물이 무려 19억2000만톤이라고 해요. 이 양은 블랙홀에 초당 2.2kg을 공급하고도 남는 정도입니다. 쓰레기를 블랙홀에 공급해 청정에너지를 얻는 거니까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죠.
Q8. 쓰레기로 무한한 청정 에너지를 얻는다, 그야말로 꿈의 발전소인데, 그런 블랙홀을 현재 우리가 만들 수는 없겠죠?
-->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블랙홀 발전소는 실용화보다 우주적 상상력의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주제입니다. 작은 블랙홀의 밀도는 쇠(철)보다 10의 60승배 높다고 해요. 로엡 교수도 Type II 문명 정도의 ‘충분히 발전된 문명’이라면 이 같은 블랙홀 달을 에너지원으로 쓸 것이라고 보고, 이를 외계문명, 외계지적생명체의 존재 증거 혹은 ‘기술적 사인(Technological Signature)’으로 볼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로엡 교수는 “보통 별이 아니면서 빛을 내는 위성을 가진 행성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그 행성에 고도로 발전된 기술문명을 가진 지적생명체가 거주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블랙홀 발전소보다 더 좋은 기술혁신의 지표는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Q9. ‘Type II 문명’이라면 블랙홀 달을 만들 수 있다고 하셨는데, 외계문명도 등급 분류가 있는 모양이죠?
--> ‘카르다셰프 척도’라는 게 있습니다. 외계 문명의 기술적 발전 수준을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인데, 소련의 천문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셰프가 1964년에 제안한 겁니다.
*Type I 문명은 행성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문명입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지열, 풍력, 해양 에너지 등 행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문명이죠. 현재 지구인은 Type I 문명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Type II 문명은 자신의 별 전체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문명입니다. 이 단계의 문명은 ‘다이슨 구체’와 같은 구조물을 통해 별의 모든 에너지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의 에너지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다면 Type II 문명이죠.
*Type III 문명은 자신의 은하 전체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문명입니다. 이 단계의 문명은 은하 내의 모든 별, 블랙홀, 기타 천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수집하고 활용합니다. 이러한 문명은 은하 전체를 식민지화하고, 수십억 개의 별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봅니다.
*Type IV 문명은 우주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문명입니다.
*Type V 문명은 모든 우주와 모든 타임라인에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문명입니다. 이 단계의 문명은 다중 우주와 모든 타임라인에서 에너지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발전된 외계생명체가 있다면 ‘블랙홀 달’을 무한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과학적, 우주적 상상력을 펼쳐보았습니다. 우리 인류가 지구라는 행성의 에너지를 슬기롭게, 지속가능하도록 사용하면서 보다 높은 문명으로 발전해가기를 바래봅니다.
#참고자료 :
Wild Study Says a 'Black Hole Moon' Could Give a Planet Unlimited Power
New Study Proposes how a Black Hole in Orbit Around a Planet Could be a Sign of an Advanced Civilization.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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