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지난시간에 미래의 초광속 엔진인 워프 드라이브의 물리학적 가능성을 소개해주셨는데, 오늘의 주제는 뭔가요?
--> 지난 6월에 ‘우주의 새벽에 발생한 몬스터 블랙홀 충돌 사건’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의 충돌사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초대질량블랙홀의 기원은 우주의 큰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이 충돌사건 연구를 통해 우리은하 중심의 초대지량블랙홀 SgrA*(Sagittarius A*)의 기원을 밝히고, 나아가 전체 초대질량블랙홀의 기원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Q2. 우리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 충돌사건을 통해 초대질량블랙홀의 기원이라는 우주 신비의 한 자락을 벗긴다는 이야기이군요. 이번 연구가 어디서 나온 건지부터 알아볼까요?
--> 바로 지난주 금요일 6일자 과학저널 Nature astronomy에 거재된 ‘Evidence of a past merger of the Galactic Center black hole’ 제목의 논문인데요, 미국 네바다 천체물리학센터의 연구팀의 연구입니다.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 SgrA*(2만6000광년, 430만 태양질량)가 과거 다른 은하와의 합병으로 성장했다는 유력한 증거를 발견했다는 내용입니다. 은하와 은하가 충돌해 합병될 때는 큰 은하의 중심 블랙홀은 은하의 별과 물질을 집어삼키기도 하고, 다른 은하 중심의 블랙홀과도 합병해 덩치를 키울 것이라는 가설은 이전에 제기되었는데, 이번 연구는 그 가설에 대한 증거를 찾았다는 게 핵심입니다.
Q3. 초대질량블랙홀은 크기가 태양질량의 10만배 이상으로, 대부분 은하 중심에 있는 게 신기한데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르는 우주의 미스터리 중 하나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이번연구가 마침내 그 기원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는 관심을 받을 만한데, 어떻게 밝혔는지 궁금합니다.
--> 이번 연구는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가 찍은 SgrA*의 영상을 토대로 진행됐습니다. ETH는 블랙홀 이미지를 촬영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된 국제연합프로젝트입니다.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안 보이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느냐 하고 의구심이 들 텐데요. 블랙홀은 대부분 회전을 하기 때문에 주변에 물질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생긴 강착원반에서 빛을 내고 또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블랙홀 뒤편의 빛이 보이기도 합니다. 학자들은 이를 ‘블랙홀 이미지’라 하지 않고 ‘블랙홀 그림자 이미지’라고 부릅니다. ETH는 설립 10년만인 2019년 처음으로 은하 M87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5500만 광년 거리, 태양 65억배 질량)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그 이미지는 전 세계 언론을 장식했죠. 도넛을 비슷하게 세워놓은 모양인데 아래쪽(4시에서 9시 부근)이 조금 더 붉은 모습입니다. ETH가 두 번째로 촬영에 성공한 이미지가 바로 2022년 공개한 우리은하 중심의 SgrA* 영상입니다. 이것도 M87*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Q4. 블랙홀 이미지, 아니 블랙홀 그림자 이미지를 통해 과거 충돌, 병합 사실을 밝혔다는 게 신기하군요. 핵심 단서를 어디서 포착했을까요?
---> 블랙홀 그림자 영상을 통해 블랙홀의 스핀의 속도와 정렬을 탐색한 끝에 이게 은하수의 각운동량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고 정렬도 맞지 않더라는 거죠. 이렇게 된 SgrA*의 다양한 성장모델을 조사한 끝에, SgrA*의 비정상적인 특성이 은하수의 위성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과의 합병사건으로 잘 설명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연구모델링 결과 SgrA*는 은하수에 비해 궤도가 크게 기울어져 있고, 질량이 자신의 20%인 블랙홀과 합병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Q5. 이 병합 사건이 누구와 언제, 발생한 건지 궁금합니다.
--> 가이아-엔셀라두스 은하(Gaia-Enceladus)와 약 90억 년 전에 합병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을 설명합니다. 가이아-엔셀라두스 은하는 일명 가이아 소시지(Gaia Sausage)라고도 불리는데, 병합 과정에서 우리 은하에 약 500억 태양질량의 별, 가스, 암흑 물질을 추가해 우리 은하의 얇은 원반을 두껍게 만들고, 새로운 별 형성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 은하의 잔해는 현재 우리 은하의 내부 헤일로를 구성하며,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Q6. 우리 은하와 가이아-엔셀라두스 은하와의 충돌, 합병으로 우리 은하 중심의 SgrA*가 덩치를 키웠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초대질량블랙홀 전체의 기원과 성장과정을 밝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계층적 블랙홀 합병이론에 힘을 실어준 것은 분명합니다. 이 이론은 블랙홀이 여러 번의 병합과정을 통해 점점 더 큰 블랙홀로 성장한다는 이론인데, 1세대 블랙홀은 별의 붕괴로 형성된 초기 블랙홀이고, 2세대 블랙홀은 1세대 블랙홀이 병합하여 형성된 블랙홀, 계층적 병합은 2세대 블랙홀들이 다시 병합하여 더 큰 블랙홀을 형성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연구팀은 ”이 사건은 계층적 블랙홀 합병이론의 증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리 은하의 역동적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Q7. 끝으로 이번 연구, 우리 은하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의 기원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의 의미를 정리해주세요.
--> 이번 연구는 우리 은하 중심의 SgrA*가 가이아-엔셀라두스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과의 병합으로 크기와 스핀 등 특성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계층적 블랙홀 합병이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초대질량블랙홀의 기원은 물론 은하, 나아가 우주의 진화 과정을 보다 자세하게 이해하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계층적 블랙홀합병 이론이 부각되면서 향후 ‘중력파 천문학’ 시대를 본격 열어갈 우주기반 중력파관측소 LISA에 기대가 모아집니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업적은 바로 태양의 29배, 36배의 질량을 가진 두 스텔라질량블랙홀의 충돌과 합병과정에서 나온 중력파를 탐지한 것이고, ‘우주 새벽의 괴물 블랙홀의 충돌 사건’은 5000만 태양질량을 가진 두 초대질량 블랙홀의 합병이었고요, 연구팀은 “2035년 우주에 설치될 레이저간섭계 우주안테나(LISA) 시대에는 더 많은 블랙홀 충돌을 감지해 계층적 블랙홀합병 이론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 본지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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