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과 새끼 침팬지가 서로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1964년 구달의 남편 휴고 반 라윅(Hugo van Lawick)이 촬영했다. 이 사진은 과학적 규범에 도전하고 동물에 대한 인류의 시각을 바꿔놓았다. [출처 = BBC}
오늘 아침, 제인 구달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 평생 숲과 생명을 사랑하며, 작은 존재 하나하나를 존중했던 그분이 이제는 별이 되었음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 위에서 그분의 발자국은 이제 바람과 나뭇잎 사이로 스며 있음을 느낍니다.
젊은 날, 호기심과 경외로 가득 찬 눈빛으로 곰베의 숲 속으로 들어갔던 그녀는 침팬지들의 눈을 마주하며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작은 손짓과 표정 속에서 그들은 말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녀는 인간과 자연, 생명과 생명 사이의 연결고리를 처음으로 조용히 풀어냈습니다.
도구를 만들고,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침팬지의 세계에서 인류가 배워야 할 사랑과 연민을 발견했던 그 순간, 세상은 조금 더 깊은 경이로움으로 흔들렸습니다.
그녀는 과학자였지만 동시에 시인이었습니다. 관찰자였지만 동시에 수호자였고, 기록하는 손길 하나하나에는 존중과 연민이 스며 있었습니다. 침팬지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의 삶을 기록하며 인간과 동물 사이, 인간과 자연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물었던 그녀의 용기는 단순한 학문의 성취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살아 있는 교훈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릴 때에도 그녀의 열정은 한 번도 식지 않았습니다. 지구별 위에서 남긴 발자국은 숲과 강, 바람과 별빛 속에 깊이 새겨졌고, 우리에게 생명을 바라보는 눈과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을 남겼습니다.
그 마음은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전해졌고, ‘Roots & Shoots’라는 작은 씨앗이 되어, 지금도 땅 위에서, 숲 속에서, 사람들의 손끝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그녀는 지구별을 떠나 별이 되고, 숲이 되고, 바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손길과 눈빛은 여전히 나뭇잎 사이로 스며 있습니다.
침팬지의 웃음과 새들의 노래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속에서, 그리고 인간 마음속 작은 울림 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제인 구달,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며 생명을 사랑하고, 자연을 지키며, 지구를 아끼는 약속을 이어갑니다.
당신이 보여준 세상은 단순히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숲과 강, 별과 바람 속에 남겨진 당신의 발자국을 따라 오늘도 우리는 숲 속을 걷습니다.
당신의 삶과 사랑, 그리고 용기는 영원히 우리 안에서 빛날 것입니다. 당신이 남긴 길을 걸으며, 우리는 배우고, 사랑하고,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숲과 별 사이에서 만나, 당신의 눈빛과 마음을 다시 마주할 날을 기다립니다. 오늘 아침, 제인 구달이 지구별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바치는 시를 지었습니다.
숲의 속삭임, 구달의 길
ㅡ제인 구달님, 안녕히 가십시오
곰베의 숲,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질 때
한 젊은 여인이 작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땅 위에 남은 발자국마다
침팬지들의 웃음과 울음이 함께 스며들었고
나무 가지 사이로 흐르는 바람 속에
그들의 숨결이 스며 있음을 그녀는 보았다
젊은 눈빛은 호기심과 경외로 빛났고,
그녀의 마음은 이름 없는 생명 하나하나를
존재의 의미로 불러주었다
도구를 만들고, 서로를 어루만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침팬지의 세계를
인류에게 보여 준 최초의 기록
그 눈빛 안에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희미해졌다
그녀는 과학자였지만, 동시에 시인이었고
관찰자는 되었지만, 동시에 수호자였다
숲 속의 작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은
곰베를 넘어 지구의 모든 숲으로 퍼졌고
‘생명을 존중하는 삶’이라는 씨앗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심었다
세월은 흐르고,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지만
그녀의 열정은 한 번도 식지 않았다
지구별의 길 위에서 걷고, 뛰고, 앉아
생명을 노래하며 남긴 발자국은
어느 누구도 지울 수 없는 길이 되었고
숲은 그녀의 이야기를 바람에 실어 전한다
이제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나
별이 되고, 숲이 되고, 바람이 되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나뭇잎 사이에 스며 있고
그녀의 손길은 강물과 새벽 안개에 남아
침팬지의 웃음, 새들의 노래
그리고 인간 마음속에 조용한 울림으로 흐른다
제인, 당신이 남긴 길 위에서 우리는 배운다
생명을 보는 눈,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
그리고 지구를 지키는 약속
당신의 발자국은 이제 전 세계의 숲과 강
하늘과 바다 위를 걷고 있고
그 길을 따라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빛나리라
박철(감리교 은퇴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