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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재' 작성자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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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실업자 – 박홍재
실업자박홍재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걷이 끝난 들판 쌀쌀한 바람 줄기 횅하니 지나간다 베어진 그루터기들 물기마저 앗아 갔다 누렇게 익은 벼들 어깨동무 보기 좋아 부러워 바라보던 그 많은 사람까지 이삭에 눈길 돌리고 버틴 우린 외면이다 - 2022년 세종도서 나눔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가을걷이를 끝낸 벌판
박홍재
2024.06.09 11:10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인력시장 – 박홍재
인력시장박홍재 후줄근한 가방 속에 덜 깬 잠 구겨 넣고 늘어선 의자 위에 하루치 일당 찾아 휴대폰 만지작거리며 곁눈질로 힐끗 본다 때마침 벨 소리에 화들짝 눈이 뜨여 다시 한번 가방끈을 다잡아 보았지만 먼저 온 순서에 따라 하루 인생 시작된다 남은 사람 둘러보며 안타까운 마음 담아 멋쩍게 웃음 지며 전화기 바라보며 조
박홍재
2024.06.02 10:56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쇠 깎기 – 박홍재
쇠 깎기 - 구멍 뚫기박홍재 철판 속 깊숙하게 관통을 꿈을 꾼다 회전을 높이면서 속마음 짐작하며 절삭유 쏘아대면서 어루만져 거두면서 거부의 몸짓인가 토해내는 거스러미 부릅뜬 드릴 칼날 속도를 조절한다 마지막 통과하려는 뜨거움을 뱉는다 - 2022년 세종 도서 나눔선정 시조집『바람의 여백』에서 가장 여문 쇠를
박홍재
2024.05.26 07:00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가뭄 – 박홍재
가뭄박홍재 대지가 품은 물기 송두리째 빼앗기고 하늘엔 햇살 쨍쨍 구름 한 점 안 보인다 가슴이 벌어진 틈새 고개 떨군 풀 이파리 - 2022년 세종도서나눔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봄비가 자주 오니 들판이 넉넉하다. 정작 와야 할 때에 오지 않을 때 사람들은 하늘을 원망한다. 여름 가뭄이다. 대지에 품고
박홍재
2024.05.19 11:35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건망증 – 박홍재
건망증박홍재 머릿속 그린 그림 입안에 뱅뱅 돌며 입술은 달싹달싹 나올 듯 나올 듯이 소리개 빙빙 돌아도 먹이 아직 못 찾듯 - 2022년 세종도서 나눔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눈으로 빤히 보이는데 단어가 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주위가 너무 복잡한 게 많은 것
박홍재
2024.05.12 11:19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등신불 – 박홍재
등신불박홍재 물컹한 진흙탕에 이골 난 길 팽개치고 햇살 좋은 오후 나절 새길 찾아 나섰다 깡마른 세상인심에 삼킨 것을 내뱉는다 길거리 나와보니 따가운 눈총이라 내 살던 곳 행복인 걸 깨달은 그 순간에 지렁이 S자 몸매로 개미 떼에 소신공양 온몸을 접은 채로 감당치 못한 한계 뒤따르는 누구에겐 이정표 될 수 있게 한목숨
박홍재
2024.05.05 10:42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팬텀기 소리 – 박홍재
팬텀기 소리박홍재 수시로 드나들며 대구 상공 지나갔다 교실 창문 흔들 때는 귀를 잠시 막았다 한순간 일상을 끊어 진공상태 만들고 열정을 토해내던 선생님 말씀까지 팬텀기 굉음 속에 그대로 빨려들어 찢어진 일상을 기워 또 한 뜸씩 이어갔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찾아오던 비행 소리 멀리 떠나 안 들리니 괜스레 궁금하다 아
박홍재
2024.04.28 10:30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다시 조립하다 – 박홍재
다시 조립하다박홍재 부품 하나 빠졌어도 기계는 멈추었네 어젯밤 엇박자로 티격태격 밤을 새운 그대와 나 사이에는 무엇이 빠졌기에 뒤틀린 말꼬투리 풀어서 돌려보면 마찰음 나지 않게 윤활유 살짝 발라 쌍방향 맞물려 가도 한쪽으로 향하게 - 2022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사람이 사는 것
박홍재
2024.04.21 11:29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객짓밥 – 박홍재
객짓밥 낯설다박홍재 기대치 큰 것만큼 실망도 크기 마련 오랜만에 덥석 안은 자식 놈 넓은 어깨 놀라는 마음 들킬까, 속마음이 요동쳤다 객짓밥 먹다 보니 버릇도 달라졌나 이질감 속에서도 언뜻언뜻 보이는 건 어릴 때 굳어진 버릇 뽑혀지지 않았다 언젠가 뿌리 의식 잊을 날 오겠지만 가지 끝 바람 잦아 외롭지 않을 때는 휑하
박홍재
2024.04.14 11:12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운동복 – 박홍재
운동복박홍재 모였다 헤어지는 아이들이 그린 세상 어디로 튈지 모를 각도 없는 체육 시간 학생들 걸음 발자국 그려내는 모자이크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한창 꽃을 피우는 봄입니다. 곳곳에 모여드는 상춘객이 아름답습니다. 새 학기를 맞는 학교에도 꽃봉오리
박홍재
2024.04.07 20:30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고당봉 가는 길 – 박홍재
고당봉 가는 길박홍재 한 곡조 뽑아내는 높낮이가 닮았다 바위를 타고 넘는 발림과 아니리에 소리꾼 목청 저 너머 낙동강이 감아 돈다 절벽의 층층 계단 올라가는 관절 마디 양지쪽 진달래가 손 내밀어 잡아주면 펼쳐진 금정산 자락 품에 안긴 내가 있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만물이 생
박홍재
2024.03.31 11:14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종종걸음 – 박홍재
종종걸음박홍재 신호등 깜빡깜빡 아기 엄마 바쁜 걸음 두어 개 파란불이 멈추라 손짓해도 엄마는 내 손을 잡고 마구 뛰어 건너가요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자랍니다. 말로는 이래라저래라하면서 가르치지만, 실제 행동은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런 것이 아이의
박홍재
2024.03.24 12:22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치매같이 앓다 – 박홍재
치매 같이 앓다박홍재 꼿꼿한 곧은 성품 어디에 감추셨나 욕하고 엇길 걷기 스스로 하시면서 어머니 또 다른 세상 홀로 가고 있었다 똑같은 물음에도 똑같은 대답이다 또 다른 물음에도 똑같은 대답이다 당신만 가지고 계신 또 하나의 세상에선 밥 먹고 돌아앉아 시누이 붙잡고서 떼쓰며 배고프다 아기처럼 응석이다 며느리 기가 막혀
박홍재
2024.03.17 20:13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장터 이웃 – 박홍재
장터 이웃박홍재 해거름 어둑하니 횅하니 시장 골목 오늘따라 얄궂게도 신난 사람 하나 없다 떡볶이 휘젓다 말고 댓바람에 손짓한다 건넛집 국숫집도 빈 의자만 덩그러니 하나둘 모여드니 겸연쩍게 웃어본다 우짜노 우리끼리라도 복다거려 보자고 막걸리 한 잔 두 잔 퍼질러 마주 앉아 튀김집 거나해져 볼그레 열띤 얼굴 서로가
박홍재
2024.03.10 09:58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고향 집터에서 – 박홍재
고향 집터에서박홍재 매 맞고 눈물 질금 훔치던 뒤란 구석 내 잘못 감춰주던 마음의 안식처가 눈 감고 하늘을 보면 저쯤에서 보인다 그 자리 어디 가고 빈터만 남아있네 아무도 모르는 곳 나만이 알고 있는 어릴 적 내 꿈을 싹틔워 키워가던 그 자리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설날 명절을
박홍재
2024.03.03 13:38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길을 내다 – 박홍재
길을 내다박홍재 제 갈 길 정해두고 뻗는 가지 없을 거다 바람 덧댄 진눈깨비 심술도 견디면서 허공에 손을 내밀어 햇빛 찾아 길을 간다 바스락 낙엽 자국 새 울음 품어 안아 옹이로 박힌 생을 삭혀서 내민 손길 산 능선 뼈대로 서서 푸른 하는 찾아간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세상에 이
박홍재
2024.02.25 11:48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덕분에 – 박홍재
덕분에 박홍재 고향에 가고파도 못 가던 수몰 동네 동무와 피라미 떼 후려대던 앞 도랑물 가뭄에 귀향을 한다 마중 나온 골목길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바람의 여백》에서 예기치 못한 일로 고향을 잃은 경우가 있다. 특히 수몰 지역의 사람들은 물속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가뭄이 극에 달
박홍재
2024.02.18 12:22
문학예술
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튀김집 – 박홍재
튀김집박홍재 냄새가 마중 나와 코끝을 이끄는데 기름이 자글자글 끓는 소리 경쾌하다 막걸리 앞에다 두니 친구 녀석 생각난다 말랑한 속살 맛과 바싹한 겉모습이 말끝은 까칠해도 깊은 속내 닮아있어 네 생각 떠올리면서 막걸리 잔 높이 든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설날이 곧 다가오면 집마다 튀
박홍재
2024.02.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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