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가을 속에서 - 고안나

고안나 승인 2022.09.25 16:49 | 최종 수정 2022.09.27 11:22 의견 0

가을 속에서
                          고 안 나
 

 

속절없이 파고드는 바람소리에
문득, 꽃인가 하니
이미 꽃이 아닌 세월속의 바람꽃이다
언제 꽃이었던가
휘청거리며 기를 쓰고 일어날 때가 언제였던가

머리칼 위로 지나가는 햇빛과 바람의 길
그 길 따라 연민의 눈길 보낸 적 있었다
절정의 순간도 아는 듯 모르는 듯
한세상 그렇게 잊고 살았다

가을빛 아스라이 멀어지는 허공 속으로
코스모스가 길을 열면
가을 속에서
버려야할 것은 또 무엇이던가
내 몸을 찌르던 가시와
심장에 박힌 못
내 혈관을 옭아매던 것들이
낱낱의 꽃잎이며 향기였던 것을

침묵을 깬 가을은 참 빠르다
아! 추스른다고 하여 다시 한 번 꽃 필 수 있을까

<시작 노트>

꽃은 모두 다 아름답다. 이름 모를 들꽃조차 무릎을 굽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자연의 향기를 코끝으로 가까이 당겨보는 그런 나이다.
언제 적 꽃이었던가? 낱낱의 꽃잎이며 향기였던 순간순간들은 또 언제 적이었던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며 서러워하는 나이다.
추스른다고 하여 다시 한 번 꽃 필 수 있을까?
반문해 보는 겨울로 가는 길목, 침묵을 깬 가을은 더 빠르다.

◇ 고안나 시인 : ▷『시에』 등단 ▷시집  《양파의 눈물》 ▷시낭송집(cd) 《추억으로 가는 길》 《추억 속에서》 ▷김민부문학제 위원장, 『작가와 문학』 편집 주간 ▷동북아신문 기자 ▷유튜버 「동행TV. 고안나의 문학기행」 ▷수상 : 중국 도라지 해외문학상 수상, 한국을 빛낸 한국인 대상수상 (시낭송가상), 한국사회를 빛낸 충효대상 시부문 대상, 중국 송화강 해외 문학상, 대한민국 시민대상 시낭송가상, 경기문창문학상, 부산작가상, 한반도문학대상, K- 문화예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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