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갈대밭에서 - 고안나

고안나 승인 2022.09.16 10:18 | 최종 수정 2022.09.16 22:07 의견 0

갈대밭에서
                       고안나
 

 

해질녘 슬프게 우는 것이 너 뿐일까
움켜 쥔 손을 푸는
너의 몸짓을 노래라고 하자
바람처럼 날고 싶어
날개를 펴는 갈대를 본다
맨 몸으로
바람 앞에 쓰러진다
기울어진다
이것이 마지막 너의 몸짓이라면
가을은 나에게
사랑을 배우라고 한다
혼돈의 시간
세상이라는 늪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웅크린 날개 앞에서
바람도 한 번씩 제 만큼의 무게에 넘어진다

한 사나흘 흔들리다 보면
제대로 된 삶의 방식 하나 터득할까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내가 나를 잊고 살듯
너 또한 노래하지 않았으리
빈손들의 함성에 새들은 날아가고
노을빛 하늘이 따뜻하다

<시작노트>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봄, 여름 쉼 없이 달려 와 가을이라는 계절 앞에 서고 보니 내 인생도 늦은 가을쯤에 다다른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다. 해질녘 슬프게 우는 것들이 정녕 갈대뿐이겠는가? 서걱거리며 어쩔 줄 몰라 방황하는 것들이 목숨 줄 놓은 하찮은 존재들 만이겠는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는 맨몸들이 더 추워지는 계절이고 보면 가을은 더 많은 사랑을 배우라고 한다.

 

고안나 시인

◇ 고안나 시인 : ▷『시에』 등단 ▷시집  《양파의 눈물》 ▷시낭송집(cd) 《추억으로 가는 길》 《추억 속에서》 ▷김민부문학제 위원장, 『작가와 문학』 편집 주간 ▷동북아신문 기자 ▷유튜버 「동행TV. 고안나의 문학기행」 ▷수상 : 중국 도라지 해외문학상 수상, 한국을 빛낸 한국인 대상수상 (시낭송가상), 한국사회를 빛낸 충효대상 시부문 대상, 중국 송화강 해외 문학상, 대한민국 시민대상 시낭송가상, 경기문창문학상, 부산작가상, 한반도문학대상, K- 문화예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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